파월의 딜레마…금리 인상 속도 조절, 어떻게 말할까[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 11. 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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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올해 말 미국 증시의 향방을 결정지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2일(현지시간) 공개된다.

금리 결정을 포함한 FOMC 결과는 2일 오후 2시(한국시간 3일 새벽 3시)에 나오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3일 새벽 3시30분)부터 시작된다.

연준(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은 이미 이번 11월 FOMC에서도 4번 연속으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이 경우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3.75~4%가 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연준 인사들은 12월 FOMC부터 금리 인상폭을 낮추고 내년 초에는 금리 인상을 중단한 뒤 그간 통화긴축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때문에 현재 시장은 11월에 0.75%포인트, 12월에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올 연말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4.25~4.5%가 된다.

지난 9월 FOMC에서 공개된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최종 금리 중간값은 내년 초 4.6%였다.

내년 2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4.5~4.75%가 되면서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최종 금리 수준에 도달한다.

지난 9월 FOMC 이후에 발표된 9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예상을 웃돌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3월에 금리가 또 한 차례 0.25%포인트 인상될 수 있다. 이 경우 금리는 4.75~5%가 된다.

현재 시장의 주류 의견은 내년 3월 4.75~5%가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마지막 금리 인상이라는 것이다.

에버코어 ISI의 주식, 파생상품 및 계량분석 전략팀장인 줄리안 에마뉴엘은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11월에 0.75%포인트, 12월에 0.5%포인트, 2월에 0.25%포인트, 3월에 0.25%포인트 인상을 매우 확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폭이 둔화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며 "내 생각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이보다 더 비둘기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반영된 이같은 긴축 경로보다 더 완화될 가능성은 없다는 관측이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라이더는 CNBC와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낙관론을 유발하거나 금융 여건을 완화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서 벗어나려고 매우 신중하게 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 시장이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정말 신경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연준의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오히려 매파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하지만 이번 FOMC에서는 향후 금리 인상폭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와 관련,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긴축의 범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경제를 식히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얼어붙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자문역을 역임한 듀크대학의 이코노미스트인 엘렌 미드도 WSJ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줄여야 한다"며 "0.5%포인트 인상도 빠른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0.75%포인트 인상은 정말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미드에 따르면 12월 13~14일 FOMC는 금리 인상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출 수 있는 기회다. 연준 위원들이 새로운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더 중요한 이슈인 금리를 어디까지 올릴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지금 금리를 빠르게 올린다면 최종 금리 수준이 올라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12월에도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면 자연스럽게 최종 금리 수준도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현재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에버코어 ISI 등 미국계 투자은행들은 12월에는 금리 인상폭이 0.5%포인트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연준이 12월 FOMC에서도 금리를 5번 연속으로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도이치뱅크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매튜 루제티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오면 최종 금리에 더 빨리 도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드의 의견과 달리 최종 금리를 올리지 않은 채 인상 속도만 빨리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를 빨리 올리고 빨리 긴축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 금리에 대한 전망은 각기 다르지만 현재 도이치뱅크 외에도 UBS와 크레딧 스위스, 노무라증권이 12월 FOMC에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근거로 삼는 경제지표들은 지난 9월 FOMC 이후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소비는 둔화되고 주택시장은 급격히 하강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하고 인플레이션도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번 FOMC가 끝난 뒤 10월 고용지표와 물가상승률을 확인하게 된다. 게다가 12월 FOMC 전에 11월 고용지표와 물가상승률이 한번 더 발표된다.

이는 파월 의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무엇 하나 명확하게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연준 이사를 역임한 뒤 경제연구소 LH 메이어를 운영하는 로렌스 메이어는 최근 보고서에서 "파월 의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에 대해 가이던스를 제시한다고 해도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12월 FOMC 결과도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이전처럼 데이터에 의존해 결정하겠다고만 말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FHN 파이낸셜의 전략가인 짐 보겔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금 금융시장은 확실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며 "여러 가지가 동시에 진실일 수 있는데 이 여러 가지 변수의 상당수는 서로 상반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은 12월에 금리 인상폭을 낮출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전망대로 금리를 6%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12월에 금리 인상폭을 낮춘다 해도 금리를 지금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래, 더 높이 올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개펀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제 경로가 아니라 목적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리를 얼마씩 올리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올리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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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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