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중립적 용어?...해명이 키운 '책임 회피' 논란
[앵커]
156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놓고 정부는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중립적 표현'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전적 의미나 맥락을 고려할 때 '책임 회피'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신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부가 마련한 애도 공간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30일),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사고 명칭은 "이태원 사고"로, 피해자는 "사망자, 사상자"로 표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 (지난달 30일) : 어젯밤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사망자의 명복을 빌며….]
[이상민 / 행정안전부 장관 (지난 1일) : 아들과 딸을 둔 한 아버지로서 이번 사고가 너무 황망하고 안타깝습니다.]
사고 수습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중립적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성호 /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지난 1일) : 가해자, 또 이런 책임 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희생자'나 '피해자' 이런 용어도 사용합니다만, 저희는 그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윤석열 / 대통령 (지난 1일) : 지난 주말 이태원 참사는 인파 사고의 관리 통제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참사'가 아닌 '사고'가 공식 명칭이라는 정부 입장은 여전합니다.
[박종현 /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 : 참사, 압사라는 용어를 쓰면 그 지역 이미지에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준다, 그걸로 인한 피해는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한테 갈 것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사고'나 '사건'이라는 단어에는 '뜻밖'에 일어난 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참사'라는 표현은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사망자는 '죽은 사람', 희생자는 '희생을 당한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
꼭 가해자가 특정되거나 대형 인명피해가 나지 않더라도 쓸 수 있는 표현인 셈입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고'와 '참사', '희생'이라는 표현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박근혜 / 前 대통령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사과) :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박근혜 / 前 대통령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사과) : 대형참사 책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장승진 /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어떻게 부르느냐가 이 사안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거죠. 정부나 국가의 책임을 일정 부분 물어야 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는 표현이 아마 '참사'가 아닌가….]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단어 사용과 함께 의복 예절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된 가운데,
정부는 애도 기간 공무원들에게 '근조(謹弔)' 문구가 없는 리본을 달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YTN 신지원입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YTN 신지원 (jiwon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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