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경찰서장 대기발령, ‘꼬리자르기’?… 불거진 정부 책임론 [이태원 핼러윈 참사]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경찰을 비롯한 정부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신고를 접수 받고도 제대로된 현장통제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경찰을 비롯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2일 경찰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관할 경찰서인 서울 용산경찰서의 이임재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사고 당일 18시34분경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사고 예방 및 조치가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도 같은 날 “사고 1시간 전부터 여러 건의 신고가 있었다. 인파가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며 “오후 9시가 되면서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이 서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초기 대응 미흡으로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감찰을 받고 있는 상태다. 용산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 대상지 가운데 하나다. 앞서 경찰청은 전날 특별감찰팀을 꾸려 이 서장을 포함한 용산경찰서 실무자 전원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팀은 핼러윈을 앞둔 이태원 일대 경찰 병력 운영 계획 등 사전대비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신고 접수부터 중요사항 전파·보고, 관리자 판단·조치, 현장 부서 대응 등에 이르는 현장 대응 과정의 적정성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다음날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해 “국민 안전을 책임질 주무부처 장관이 할말이냐”는 질타가 나왔다. 뒤늦게 이 장관은 “예측이나 선동을 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가 결국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여권 내에서도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국민적 분노를 키운 국민의힘 소속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구청장은 “명확한 주최 측이 없었던 만큼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을 덜어내기 위해 사건을 축소·은폐·조작하는 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는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따라 우리 희생자들과 부상자들, 가족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께 진상을 분명히 알려드리는 것,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 책임론이 일자 여당은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도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조사와 상응하는 책임추궁 그리고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156명의 시민이 숨진 이태원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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