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대국민 사과하고 이상민·윤희근 해임해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34조 6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헌법 제7조 1항)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의 112신고 녹취록을 읽다보면, 10월29일 밤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국가도 공무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국민은 위험을 알리며 보호해달라고 외쳤지만, 국가는 외면했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는 당연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출발점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윤희근 경찰청장의 해임이다.
대통령실은 2일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감찰과 수사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만큼, 결과를 보고 문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는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후 인사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선(先)조사-후(後)문책’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과실을 저지른 기관도 경찰이고 감찰·수사하는 주체도 경찰이다.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리 없다. 두 사람은 정무적 책임을 넘어 형사적 책임까지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경찰 수장인 윤 청장은 물론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해 경찰 통제권을 쥔 이 장관도 수사·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사인(私人) 입장에서 조사에 임해야 마땅하다.
취임 6개월을 앞둔 윤 대통령은 지금 최대 위기다. 국가지도자의 기본자산인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사고 발생 46분 후에야 최초 보고를 받았으며, 112신고 내역을 뒤늦게 보고받고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어떻게든 참사 책임과 선을 긋겠다는 안간힘으로 비친다. 하지만 ‘대통령은 몰랐다’는 설명이 사실이라 해도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의 ‘지휘관’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윤 청장을 경질하는 한편,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 이 같은 ‘최소한의 조치’조차 차일피일하며 실기했다가는 내각과 대통령실이 총사퇴를 요구받는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희생자 156명과 그 유족들의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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