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수습보다 시민단체 동향 파악 앞세운 경찰
경찰청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시민단체 동향 정보를 수집해 내부 문건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SBS가 1일 공개한 ‘정책 참고 자료’를 보면, 경찰은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대형 이슈라며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적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을 예로 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취급’ 주의표시가 된 문건은 대통령실 등 상급기관 보고용으로 추정된다.
문건이 드러낸 사실은 끔찍하다. 우선 국가애도기간에 정쟁하지 말자던 정부가 진보·보수 시민단체 관계자와 접촉해 내부동향을 파악한 것이 놀랍다. 문건을 작성한 것이 참사 발생 이틀 후이니 동향 파악은 그보다 더 일찍 시작했을 것이다. 사고를 수습할 생각보다 시민단체들 감시부터 했다니 어이가 없다. 또 문건은 “장례비와 치료비, 보상금과 관련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 예산이 부족하니 국민 성금으로 충당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해 참사가 빚어진 것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희생자 중 여성이 많아 여성단체들이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우려하면서 보수단체가 필요할 경우 친정부 대규모 집회에 나설 수 있다고 적은 데선 모골이 송연해진다.
경찰은 이 문건에 대해 “통상적 수준의 정보 취합으로 사찰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관의 정보 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 2조는 정치에 관여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작성·배포하는 것을 금지한다.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국을 신설하기로 할 때부터 경찰의 독립성 훼손이 우려됐다. 이 보고서를 보면 그것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시민의 안전보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 일하는 과거의 경찰로 퇴행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경찰은 시민단체 동향 파악을 중단하고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를 낱낱이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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