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삼풍사고 생존자의 이야기

서은수 2022. 11. 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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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이태원 참사

"10배, 100배 강한 자극들을 경험하고."

- 한덕현 /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불안한 게 가장 흔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 오강섭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27년째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는 참사 생존자를 만났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무 살에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를 겪은 이선민이라고 하고요."

- 상품백화점 붕괴 사고: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한 사고. 사망 502명, 부상 937명 등 6·25 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재해로 기록.

"제가 원래 서 있었던 자리는 천장하고 바닥이 붙어버렸어요."

"삼풍백화점 참사 현장에서 느꼈던 건 이 사람이 좋고 잘 살고 뭐 그런 거 서사나 맥락이 무시되고 서 있었던 공간 위치에 따라서 생과 사가 달랐던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굉장히 저한테 비극으로 다가왔거든요."

생과 사가 갈린 한순간

이후 찾아온 트라우마

"죽음을 너무 드라마틱하게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일을 제 인생에서 뺀다고 뺄 수도 없고 그 일은 저한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인데 그게 시간차를 두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사건이 지나고 바로 우울, 무기력 이런 것들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10년 후에 그 증상이 나타났거든요."

"저는 지금 서부간선도로 운전하는데 중간에 차가 정체돼 있으면 그때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거는 지금도 영향을 저한테 분명히 준다는 이야기죠."

이해할 수 없는 비극

딛고 나아가려는 노력

"너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그 사실을 조금 받아 아 이런 일이 일어났어, 죽을 뻔했지."

"나를 내가 나를 대상화해서 내가 나를 돌보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언제가 되면 재우고 씻고 재우고. 그리고 깨워서 밥 먹이고 나쁜 생각 하려고 하면 빨리 나가서 놀아라, 라고 나한테 지시하고. 나 자신을 돌봐야 하는 환자라고 생각을 하고 의사나 가족들이 돌보기도 할 테지만 본인 스스로 자기를 돌봐야 해요."

참사 생존자로서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비극이에요. 근데 그 일에 대해서 논평하듯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왜 갔느냐' 그런 질문도 하지 말고 남의 일처럼, 재밌는 일인 것처럼 그리고 자기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그렇게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그래서 제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있지 않은 일에 대해서 모르니까 제발 말을 아끼고 기다려 달라, 이해해 달라, 침묵해달라 그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에게

"불행한 일을 겪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자기 탓하지 말고 그냥 '그런 일을 겪었다'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을 계속 억지로라도 만나서 나 그때 이런 일 있었어, 모르는 사람한테라도 나 그때 이런 일 있었어, 계속 얘기하다 보면 그게 어느 정도 정리가 되거든요. 자기 안에서 더이상 눈물이 안 나고 얘기할 수 있는 순간이 와요. 그럴 때까지 계속 얘기하다 보면 '그런 일을 겪어냈지만 그래도 살아갈 만하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 말 하고 싶어요. 정말 그 말 하고 싶어요."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YTN 서은수 (seoes010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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