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송비만 700만원…' 배우 이영애·시민들 "이태원 희생자 돕겠다"

정세진 기자 2022. 11. 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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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가 13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참여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OSEN

"기자님 이제 스톱시켜도 됩니다. 러시아 영사관에서 지급하거나 위임장을 받거나 해서 처리하기로 했어요. (성금) 보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2일 오후 5시쯤. 쁘리마코바 따찌아나 러시안커뮤니티협회 회장이 급하게 기자에게 전화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러시아인 박 율리아나씨(25) 아버지가 시신 운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기사가 나간 지 2시간이 지난 때였다.

【관련기사 ☞하나뿐인 딸 이태원서 숨져…"러시아 이송비용만 700만원" 발동동 】

기사가 나간 뒤 러시아 대사관은 자국민 시신 운구를 위해 직접 나섰다. 러시안커뮤니티협회에 따르면 러시아 대사관은 시신 운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최대한 빠르게 발급하고 시신 운구 비용을 업체와 직접 협의하기로 했다. 시신 운구 일정에 무리가 없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나섰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율리아나씨 유가족이 대사관에서 서류를 받아 장례비와 구호금 등 생활안정자금 3500만원을 신청하면 바로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다"고 했다.

외교부는 외국인 희생자를 대상으로 율리아나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례비를 선지급하는 방안 등을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있다.

박 아르투르씨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해 장례비와 시신운구 등에 쓰일 자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을 예정이다.

우리 정부와 러시아 대사관이 나서기에 앞서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도 이어졌다. 주부와 학생, 회사원 등이라고 밝힌 독자들은 기사를 읽고 도움을 주고 싶다며 머니투데이 대표번호와 기자 이메일을 통해 지원의사를 밝혔다.

배우 이영애씨는 한국장애인복지재단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율리아나씨와 가족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영애씨는 한국장애인복지재단 문화예술분야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자신을 '용산구 이태원동 가까이에서 두딸을 키우는 40대 주부'라고 소개한 백모씨는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께 1000만원을 오늘이라도 빌려드리고 정부에서 보상금이 준비되는 시점에 상환받을 수 있다면 연락해 달라'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기도 했다.

선의가 모여 이태원에서 하나뿐인 딸을 잃은 박 아르투르씨는 예정대로 딸의 시신을 운구할 수 있게 됐다. 율리아나씨는 오는 4일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선을 타고 어머니가 있는 러시아 항구도시 나홋카로 향한다. 고국 러시아를 떠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율리아나씨 고향에 홀로 남겨진 고인의 어머니는 현지에서 장례 준비를 마쳤다.

고려인 3세 박 아르투르씨는 이날 오후 3시까지만해도 외동딸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화 약 5000달러(한화 약 709만원) 가량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을 찾아다녔다. 율리아나씨 시신방부처리와 해외 운구에 쓰일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박 율리아나씨 /사진=뉴시스


이태원 참사 당일 숨진 율리아나씨 시신은 현재 고향 러시아로 운구하기 위해 시신방부처리 (embalming) 후 수도권 한 병원에 안치돼 있다.

이 시신을 고인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국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약 1000여만원에 달한다. 시신방부처리(embalming) 비용 450만원, 뱃삯 450만원, 동해항까지 시신을 운구할 구급차 비용 50만원 등이 필요하다. 박씨는 지인에게 200여만원을 급하게 빌렸다. 나이가 든 뒤 양로원에서 일한 박씨는 수중엔 큰돈이 없었다.

딸의 죽음 이후 박씨는 2년 만에 보는 딸을 주검으로 마주해야 할 아내를 떠올렸다. 아내 생각에 딸에게 수의를 입히고 관을 구입하면서 2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이미 지불했다.

박씨는 율리아나씨 친구 따찌아나씨와 고려인지원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 시신 운구를 준비했다.

고인 친구 따찌아나씨는 "친구 아버지가 사고 이후 많은 전화를 받고 돈을 빌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셔서 지금 너무 피곤하신 상태"라며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감사 인사를 대신 전했다.

앞서 지난 7월 박 율리아나씨는 SNS에 "1년 전 한국어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국으로 왔다"며 "그냥 여기서 살고 싶었다. 이런 결정은 위험하고 즉흥적이었다. 지금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글을 남기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율리아나씨는 한국에 있는 러시아 학교에 취업했고 유치원에서는 영어도 가르쳤다.

한편 고려인지원시민단체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은 오는 3일 오후 5시, 인천 연수구 함박안로 합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율리아나씨 추도식을 거행한다.

손정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공동대표는 "율리아나씨의 러시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지인들을 위해 고인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조문은 이날 오전11시부터 자정까지 받는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박율리아나씨 추도식이 오는 3일 오후 5시 인천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 1층 프로그램실에서 거행된다. /사진=고려인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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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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