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훈련 빌미로 ‘핵 사용’ 위협까지…고조되는 한반도 긴장

정인환 2022. 11. 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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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한편, 군 최고 수뇌부를 동원해 핵무기 사용 위협까지 하고 나섰다.

북의 무력시위에 남쪽도 맞대응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이서, 7차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과 맞물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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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한편, 군 최고 수뇌부를 동원해 핵무기 사용 위협까지 하고 나섰다. 북의 무력시위에 남쪽도 맞대응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이서, 7차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과 맞물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의 직접적 이유로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한·미 군용기 240여대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되는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지목했다. 북한은 지난달 8일 한-미 연합해상기동훈련과 관련해 국방성 대변인의 발표문을 낸 것을 시작으로, 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10월14, 15, 24일)를 이어가면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맞대응이라며 무력시위 수위를 높여왔다.

이번엔 군 수뇌부가 직접 나서며, 반발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박정천 북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1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적대 세력들의 도를 넘는 군사적 대결 망동으로 조선반도에 엄중한 사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선 “철저히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이고 도발적인 군사훈련”이라고 규정했다.

북한군 총참모부 포병국장과 총참모장을 지낸 박 비서는 당 중앙위에서 군사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노동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자,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어 ‘북한군 서열 1위’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박 비서는 “미 국방성은 우리 공화국의 ‘정권 종말’을 핵전략의 주요목표로 정책화하였으며,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도 우리가 핵을 사용하는 경우 정권을 전멸시켜야 한다는 헷뜬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미국과 남조선이 겁기없이 우리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은 핵무기를 뜻한다. 실제 지난 9월8일 북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핵무력정책법’은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6조 1항)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5조 2항)할 때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조항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비서 명의로 담화문이 나온 것은 그가 북의 핵무기 관리·운용 책임자란 뜻”이라며 “북이 군사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정치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북한의 무력시위가 횟수와 강도를 더해가고, ‘말의 전쟁’까지 거칠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위기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의 대응 수위가 예전보다 훨씬 단호해졌다”며 “핵 억제 능력에 자신감이 생긴 북한이 재래식 군사 분야에서 더욱 공세적으로 나오는 이른바 ‘안정-불안정 역설’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끝나는 4일까지 북이 추가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창수 전 청와대 통일비서관은 “북한은 한·미의 대응 추이를 지켜보면서 무력시위의 강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며 “정면 도발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쪽의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위협적인 수준으로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려 들 것”이라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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