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과 경북고 17년 후배의 추억…"날 기억하실까요?"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나는 생생히 기억하지만, 감독님은 기억 못 하실걸요."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김명신(29)은 대구에 있는 야구 명문고교 경북고 출신이다. 경북고는 수많은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는데, 이승엽 두산 감독(46)은 어린 후배들에게는 거의 전설과 같은 존재다. 이 감독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통산 467홈런을 보유한 거포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비롯한 여러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승리를 이끌며 '국민 타자'로 불렸다.
김명신은 지난달 이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경북고 시절 우상과 같았던 선배가 팀의 감독으로 온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였다. 구단 TV인 '베어스티비'에서 김명신은 이 감독 선임 소식에 "경북고 교가를 부르고 있었다"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김명신은 2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예상하지 못한 큰 이슈였다. 선임 다음 날 '어제 뭐 했냐'는 질문을 받고 농담 삼아서 '경북고 교가를 부르고 있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대구에서 커왔고, 누구나 다 이승엽 감독님이 우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경북고 재학 시절 김명신은 이 감독과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당시 이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비시즌마다 경북고를 찾아 몸을 만들곤 했는데, 고교 시절 내야수였던 김명신은 이 감독과 함께 펑고를 받은 추억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김명신은 "내가 경북고 선수일 때 감독님께서 요미우리에 계셨다. 겨울마다 경북고에 운동을 하러 오셔서 같이 펑고를 받은 기억이 있다. 한 가지 말씀은 확실히 기억한다. 글러브를 쓰레받기, 손을 빗자루라 생각하고 가볍게 쓸어담으라고 하셨다. 엄청 영광이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고등학생 내야수 김명신을 기억하고 있을까. 김명신은 "나는 기억해도 감독님은 기억 못 하실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마무리캠프 동안 김명신은 회복조에 있어 이 감독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기도 했다.
이 감독과 함께 펑고 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마냥 행복했던 유망주는 이제 두산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김명신은 올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불펜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며 68경기, 3승, 10홀드, 79⅔이닝,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맞혀 잡는 능력이 좋다 보니 위기마다 마운드에 오를 일이 잦았다. 팀 내 불펜 경기 수와 이닝 모두 1위였다.
김명신은 올해를 되돌아보며 "엔트리에서 안 빠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부상 없이 완주한 게 가장 좋았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한해였다. 지난해도 많이 던졌지만, 그때는 점수차가 크거나 지는 상황에 많이 올라갔고 결과도 안 좋았다. 올해는 팽팽한 상황에 많이 나갔다. 결과도 못 던진 것보다 잘 던진 게 훨씬 많아서 잘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낸 공을 포수들에게 돌렸다. 김명신은 "포수들과 호흡이 좋았던 것 같다. (박)세혁이 형과 (장)승현이가 자신 있게 던지게 해줬다. 포수가 나를 믿고 몸쪽 공도 던지게 하고, 어떻게 보면 무리일 정도로 자신 있게 사인을 내줘서 직구도 더 많이 던지고 그랬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다음 시즌 목표는 올해처럼 아프지 않고 한 시즌 건강히 팀을 위해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이다. 김명신은 "내년에도 또 1년 동안 건강하게 치르고 싶다. 올해 목표는 처음에 30이닝이었는데, 전반기 2개월 안에 다 이룬 것 같다. 내년도 일단 30이닝을 목표로 잡겠다. 중간투수를 해보니 안 아픈 게 가장 중요하더라. 더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안 된다. 안 아프고 자기 페이스만 지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다음 시즌 이 감독의 든든한 필승 카드로 자리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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