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항편 끊긴 러시아… 희생자 주검 송환길 험난

이승욱 2022. 11.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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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러시아인 사망자의 주검 송환이 난항을 겪고 있다.

또 다른 러시아 희생자 크리스티나 가르데르(26)의 주검은 국내에서 화장한 뒤 송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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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비용 부담도 커…모금활동 등장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놓인 희생자 율리아나 박의 사진. 이날 유족과 지인은 사진을 현장에 놓고 주검이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유족 아르투르 박씨 제공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러시아인 사망자의 주검 송환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직항 항공편이 사라진 탓이다. 게다가 한국 정부의 지원금도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뒤에 지급될 예정이라 송환 비용 마련도 버거운 형편이다. 국내 러시아인 커뮤니티에선 희생자의 고국행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2일 행정안전부 집계를 보면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러시아인은 모두 4명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 국적의 동갑내기 고려인 율리아나 박(25)과 옥사나 김(25)의 주검은 4일 오후 5시 동해항에서 배를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의 송환이 유력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다음날 오후 입항하게 된다.

배편 송환이 유력한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직항 항공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손정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대표이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러시아로 가는 항공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국가를 경유한다. 기온이 높은 국가들이라 주검 부패를 방지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항편이 있으면 비행기를 통해 주검을 옮길 텐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 다리아 트베르도클렙(21)의 유족은 비행기를 통해 주검을 인계받기 원하지만 같은 이유로 송환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 쪽은 “유족은 항공편을 원하는데 직항편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러시아 희생자 크리스티나 가르데르(26)의 주검은 국내에서 화장한 뒤 송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검을 옮기는 비용도 경제력이 넉넉하지 않은 외국인 유족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주검을 방부처리하고 러시아로 주검을 옮기는 데 800만~15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정부 지원금은 장례 절차 등을 마무리한 뒤에야 지급되는 탓에 지원금을 받기 전에는 유족들이 자체적으로 필요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거주하는 러시아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을 위한 모금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쁘리마코바 따띠아나 러시안커뮤니티협회장은 <한겨레>에 “유족 중 한분은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입원했다. 한국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금 지급까지 기다리기 어려워 커뮤니티에서 (주검 송환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러시아 사회에서 진행 중인 모금운동. 포스터에는 “율리아나 아르투로브나. 우리가 모두 너를 기억하겠어. 넌 우리 마음속 영원히”라고 적혀 있다. 아르투로브나는 러시아에서 선생님을 의미한다. 율리아나 박의 지인들은 고려인이 모여 사는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있는 유치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고 전했다. 포스터 밑에는 유족 아르투르 박의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쁘리마코바 따띠아나 러시안커뮤니티협회장 제공

한편, 이번 참사로 숨을 거둔 외국인 26명 가운데 유족에게 주검이 인도되거나 본국으로 송환하는 등 장례 절차를 시작한 사망자는 이날 오전 기준 7명이다. 나머지 주검은 수도권 각 병원의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외국인 사망자는 국내 유관 부처와 외교부, 주한대사관, 유족이 연결되어 주검 인도, 장례 절차 등을 진행하는데, 연락처 파악과 소통 과정에 시간이 지연되면서 내국인보다 장례가 늦어지고 있다.

주검이 영안실에 안치된 사례를 보면, 장례 절차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가 8명에 이른다. 단일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이란 국적 사망자 5명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숨진 5명의 유족이 모두 주검을 그대로 운구하기를 원하고 있다. 유족과 주한이란대사관, 외교부가 함께 움직이면서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최민영 장필수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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