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손잡고 재집권한 네타냐후…이·팔 갈등, 내부 분열 심화 불가피

장수현 2022. 11.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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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연합 총선서 과반 확보하며 승리
'극우 민족주의' 연합, 킹 메이커 대접
"내부 정치 분열 '근본' 원인 해결 못 해"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 겸 리쿠드당 대표가 2일 예루살렘에 있는 리쿠드 당사에서 출구조사 발표 후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73) 이스라엘 전 총리가 1년 5개월여 만에 '극우'의 손을 잡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우파 연합이 과반을 차지하며 재집권이 사실상 확정되면서다.

선거 승리의 주역으로는 우파 연합에 참여한 '극우 정당 연합'이 꼽힌다. 이들이 팔레스타인 자치권 박탈과 아랍계 국민(팔레스타인인) 차별 등을 주장해온 탓에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해도 이스라엘이 국내외 혼란에 휩싸일 거란 우려가 나온다.


네타냐후의 우파 연합, 과반의석 확보

개표율 84.7%인 2일 오전 11시 기준(현지시간) 우파 연합은 전체 120석의 크네세트(의회) 의석 중 과반인 6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출구 조사 결과(61~62석)보다도 높다. 네타냐후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우파 정당 리쿠드당은 31석을 차지하며 제1당,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14석으로 제3당에 오를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반(反)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했던 정당 연합은 50석에 머무르고 있다.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가 24석으로 제2당,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국가통합당은 12석에 그쳤다.

네타냐후는 우파 연합이 과반을 넘길 거라는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자 "우리는 대승을 눈앞에 뒀다"며 환호했다. 이스라엘 총선에서 비슷한 이념의 정당만으로 연합을 구성해 과반을 차지한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연립 내각 분열에 따른 추가 조기 선거 가능성은 줄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극심한 이념 분열로 지난 3년 반 동안 5번이나 총선을 치렀다.


승리 주역으로 떠오른 '극우'

이스라엘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에서 오츠마 예후디트당을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2일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예루살렘 정당 본부에서 발언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우파 연합 승리의 핵심은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이다. 지난해 총선 때 6석에 그쳤던 시오니즘당은 이번에 14석으로 무려 2배 이상을 차지하며 원내 제3당으로 떠올랐다. 특히 연합에 참여한 오츠마 예후디트당 대표 이타미르 벤-그비르가 킹 메이커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극단적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벤-그비르는 '유대인만의 국가' 설립을 목표로 한다. 그는 지난해 5월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거지 강제 철거로 촉발된 대규모 무력 충돌 때 '보복 린치 조직'을 주도하며 일부 유대계 이스라엘인의 인기를 얻었다. 벤-그비르의 극우 연합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의 자치권 박탈 △이스라엘 병사의 팔레스타인인 총격에 대한 처벌 면제 △팔레스타인계 주민에 집 판매 금지 △반대파 정치인 해외 추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향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악화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리쿠드당에 "극우 시오니즘당에 장관직을 부여하면 양국 관계가 손상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지만, 네타냐후는 "외부인이 할 선택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네타냐후는 벤-그비르를 치안장관에 임명해 종교 갈등 핵심지인 동예루살렘 성전산을 지키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스라엘 정계는 좌우를 막론하고 네타냐후의 극우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리모르 리브나트 전 리쿠드당 소속 문화체육부 장관은 현지 언론에 네타냐후의 결정이 "변두리에 있던 극단적이고 광기 어린 극우를 정계 정중앙으로 끌어와 영웅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에후드 바락 전 노동당 대표는 "벤-그비르가 정부 구성원이 되면 암흑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내부 분열 지속…부패 혐의 해소 못 해

2020년 8월 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예루살렘 총리 관저 앞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기소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위기를 심화시켰다며 그의 퇴진을 주장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네타냐후의 재집권으로 이스라엘 내부 분열 봉합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의 정치 분열이 네타냐후의 부패 스캔들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앞서 2016년 네타냐후가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2019년 검찰이 그를 기소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치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네타냐후는 그 해 두 차례나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현재 우파 연합이 네타냐후가 받는 혐의 중 하나인 사기 및 배임죄를 형법에서 빼고, 대법원의 위헌 법률 심판 권한을 삭제하려고 준비 중이라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제 (이스라엘은) 그가 정치로부터 멀어져야 한다고 믿는 유권자와 남아야 한다고 믿는 유권자로 나뉘게 됐다"며 "네타냐후가 승리해도 분열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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