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민간인 학살 희생자 매장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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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 마을회관에서 병풍산 어귀로 난 길을 따라 차로 10여분 올라가면, 한자로 '원혼비'라고 쓴 하얀 비목이 나온다.
상원리 산 90-1.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주검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유해 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 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용역 결과를 보면, 이날 찾은 상원리 일대에 대해 '목격자 증언이 있고, 시신이 수습된 적 없어 유해 발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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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 마을회관에서 병풍산 어귀로 난 길을 따라 차로 10여분 올라가면, 한자로 ‘원혼비’라고 쓴 하얀 비목이 나온다. 맞은편 대나무숲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니 나무도 풀도 없는 빈터가 나왔다. 지금은 사라진 달성광산 화약고가 있던 자리다. 여기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마른 계곡이 나온다. 오랫동안 산을 관리하지 않았는지 곳곳에 죽은 나무들이 발걸음을 방해한다. 상원리 산 90-1.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주검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우리 아부지가 여기서 돌아가셨는지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누가 죽은 장소를 갈키 주나, 죽은 날을 갈키 주나, 내 죽을 때까지 알 수 있을까 싶다.” 지난달 31일, 기자와 함께 상원리를 찾은 채영희(78) 10월항쟁유족회장이 등산지팡이로 매장 추정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최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한국전쟁 전후 대구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국가 차원의 첫 유해 발굴을 결정했다. 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유해 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 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용역 결과를 보면, 이날 찾은 상원리 일대에 대해 ‘목격자 증언이 있고, 시신이 수습된 적 없어 유해 발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옛 달성광산 총무과 경비실에서 근무했다는 고 서상일씨는 1950년 국민보도연맹 사건 당시 자신이 헌병 등의 지시로 주검을 처리하는 일을 했다고 2016년 유족회 쪽에 증언했다. 당시 보도연맹 가입자, 10월항쟁 참가자 등 예비검속자들이 적법 절차 없이 군경에 희생됐다. 서씨는 대구전매청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많았다고 유족회 쪽에 전했다. 당시 군인들은 화약고 옆 계곡을 따라 주검 10~15명을 쌓아 두고 양쪽에서 티엔티(TNT) 폭탄을 터뜨려 흙으로 덮었다고 한다.
대구·경북에는 상원리와 가창면 용계리를 포함해 53곳의 유해 매장 추정지가 있다. 하지만 매장지를 특정할 수 있어 발굴이 가능한 곳은 8곳뿐이다. 나머지는 유해가 유실됐을 것으로 추정되거나 지형이 변해 매장 당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곳, 장소에 대한 증언이 부족하거나 증언이 있더라도 매장 추정 범위가 넓어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곳들이다.
채영희 유족회장은 “지형이 변하기 전에 가능한 곳부터 하루빨리 발굴해 유족들이 살아 있는 동안 희생된 가족을 찾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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