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잔” 그리고 맥베스 혹은 4.3의 기억에 바치는 빛의 기록
큰바다영 고현주 초청 사진전.. '기억의 목소리 III'
극단 공육사, 제주어로 전하는 세계명작 ’맥베스‘
전시 둘, 공연 하나. 제주라 품을 수 있는 무대이자 공간들입니다.
프로방스의 풍경을 잔뜩 안은 빛의 향연과, 반대로 절절한 아픔을 승화시킨 또다른 '빛'의 기록, 그리고 빛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제주색 짙은 서사를 펼쳐내는 연극 무대입니다.
#1. 쏟아지는 햇살과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
한껏 지중해의 낭만을 만끽하는가 싶더니, 프로방스(Provence)입니다.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반 고흐부터 마티스, 세잔, 피카소, 샤갈과 같은 많은 화가들이 프로방스로 몰려간 것 역시 화려한 빛과 아름다움이 넘쳐나던데서 이유를 찾곤 합니다.
푸른 지중해 바다와 하늘색은 한눈에 봐도 그 빛이 다른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도시마다 지닌 고유의 풍경과 자연, 형형색색 색감의 물결이 넘쳐나며 눈을 즐겁게 만듭니다.
#2. 기억에 답하라, ‘아름다운 제의’
작가 스스로 "목소리가 없는 자들, 애도받지 못한 자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저버린 꽃들을 기억하며 살해된 현장을 찾아 제의를 바치며 담은 사진들"이라 설명하는 작품들, 전시입니다.
낮과 밤의 경계, 삶과 죽음의 그 어슴푸레한 경계 속에서 작가는 붉게 빛나는 '빛의 보따리들'을 통해 죽은 영혼들을 위무하고자 그만의 '제의'를 펼치고 '기록'했습니다.
동시에 암 투병으로 아픈 몸을 사는 작가 자신의 상처를 위로하는 시간이 빛, 그리고 어둠의 접점에 실려 프레임으로 옮겨졌습니다.
#3. ‘맥베스’ 제주어 옷을 입고 제주에
맥베스가 제주 옷을 입고 제주 말을 하는 연극입니다.
셰익스피어 명작 ‘맥베스’가 예전 제주의 귀족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것을 전제로, 권력과 욕망이 얽힌 사회상에서 갈등하는 내면을 ‘제주어’로 각색해 풀어냈습니다.
명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접근은 물론 언어를 기반으로 한 장르 ‘연극’에 어떻게 제주어를 녹여내고 총체적으로는 종합예술로서 연극 무대로 승화시켰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 세잔과 칸딘스키..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 빛의 벙커로”
그리 멀리 가진 않았습니다.
몰입형 전시는 지중해에서, 프로방스로 자리를 옮겨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끕니다.
국내 최초 몰입형 예술 전시관 '빛의 벙커'가 클림트, 반 고흐, 지중해 화가들 주제 전시에 이어 네 번째 전시로 '세잔, 프로방스의 빛(Cezanne, The Lights of Provence)'을 선보입니다.
“빛과 음악으로 재해석한 폴 세잔”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가 4일 '세잔, 프로방스의 빛'전을 시작해, 내년 10월 15일까지 전시를 이어갑니다.
색채와 형태로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 현대 회화의 아버지이자 후기 인상주의 예술가인 폴 세잔의 작품을 생동감 넘치는 빛과 음악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폴 세잔의 초기 습작부터 후기 작품까지 총 7개 시퀀스로 구성됐고 35분 동안 이어집니다.
세잔의 정물화에 주로 등장하는 '사과'를 시작으로 '생트 빅투아르 산', '비베무스의 채석장' 등 그의 작품 활동에 커다란 영감을 준 고향 '엑상프로방스'를 집중 조명하면서 작품에 투영된 세잔의 삶과 그의 눈에 비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실리 칸딘스키 작품 함께 상영
'빛의 벙커'는 메인 전시인 폴 세잔전과 더불어 추상 회화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으로 구성된 '칸딘스키, 추상 회화의 오디세이'도 함께 상영해 볼거리를 더했습니다.
상영 시간은 10분 정도입니다.
칸딘스키는 평면의 캔버스에 색채의 리듬과 역동을 표현한 청기사파를 대표하는 화가로, 세잔과 마찬가지로 예술가의 주관적인 시선과 해석을 통해 사물을 묘사하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칸딘스키의 초기 구상 작품으로 시작해 대표작 '구성 8(Composition VIII)'과 '‘노랑-빨강-파랑(Yellow-Red-Blue)'을 비롯한 추상화까지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 거장이 창조한 우주를 유영하는 듯, 몽환적 느낌을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람객 시청각적 감각 자극"
작품과 함께 클래식과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져 관람객들의 시청각적 감각을 자극합니다.
‘빛의 벙커’측은 "전체 3,000㎡에 달하는 '빛의 벙커' 전시 공간이 눈부신 프로방스의 빛과 형형색색의 자연 풍경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며 "180만 관람객을 매료시키며 제주 대표 문화 예술 공간이 된데 이어, '세잔, 프로방스의 빛' 전시로 또다시 몰입형 예술 전시의 새로운 역사를 쓰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빛의 벙커'는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이었던 숨겨진 벙커를 빛과 소리로 새롭게 탄생시킨 문화 재생 공간으로, 현재 제주를 대표하는 예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외부의 빛과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공간은 곳곳에 고화질 프로젝터가 설치됐고 벽면, 기둥, 바닥 등 사방에 명화가 투사되어 역동적이고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빛의 시리즈는 제주 ‘빛의 벙커’와 서울 ‘빛의 시어터’를 포함해 파리, 암스테르담, 뉴욕 등 전 세계 8곳에 개관했고 관람객 1,500만 명 이상이 경험한 몰입형 예술 전시관입니다.
■ ‘아름다운 제의’의 시간, 빛으로 기록한다는 것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이 10일부터 30일까지 고현주 사진작가의 '기억의 목소리 III-아름다운 제의'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제주 4·3을 다룬 '기억의 목소리' 시리즈 I·II·III 작업을 이어온 작가로, 올해 출간된 ‘VOICE OF MEMORIES III: A Beautiful Ritual (기억의 목소리 III, 아름다운 제의)’는 6년 작업의 완결판입니다.
이번 사진전은 '아름다운 제의' 사진집에 나온 일부 사진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빛’을 담아 바친 ‘제의’의 기록
작가는 4·3 영령들의 학살의 현장을 찾아, 꾸러미를 싼 보자기에 빛을 담고 등을 밝혀 제의를 드리는 작업을 사진에 담아냈습니다.
그렇게 성산일출봉, 표선해수욕장, 정방폭포, 함덕해수욕장, 새별오름, 다랑쉬오름 등을 순회했습니다.
지금은 대표 관광지가 된 아름다운 풍경이 사실은 제주 4·3의 학살터였다는 점을 반추하며 찬란한 아름다움 속에 숨은 처연한 슬픔, 제주의 상반된 두 얼굴을 주목하고 잊어선 안 될 기억의 목소리를 꺼내 기록했습니다.
고 작가는 기억들을 소환하며, 붉은 등불인 듯 제물인 듯, 빛 담은 보따리들에 맹자들을 일일이 헤아려 놓듯 ‘아름다운 제의’를 바쳤습니다.
목소리 없는 자의 기억.. 혹은 나에게 바치는 위로
기억의 목소리 I, II가 '사물'과 '사람'을 통해 기억의 목소리를 살려냈다면, 이번 기억의 목소리 III, '풍경' 아름다운 제의 작업은 목소리가 없는 자들, 애도 받지 못한 자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저버린 꽃들을 기억하며 살해된 현장을 찾아 제의를 바치며 담은 사진들입니다.
특히 작업을 위해서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어스름한 새벽 시간을 택했습니다.
고 작가는 "74년을 지난 이 아름다운 공간들 속에는 참혹한 죽음들이 함께하고 있다"며 "서글프고 아름다운 풍경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시 소감을 전했습니다.
"4·3의 아픔 승화.. 제주 사진에 진정성 더해"
큰바다영 고경대 대표는 전시작들에 대해 "어두웠던 4·3의 과거를 딛고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길 바라는 작가의 심정이 간절하게 표현됐다"며 "제주의 아픔을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자, 전시를 통해 큰바다영 공간에도 제주사진의 가치와 의미를 더 살리게 될 것"이라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전시장에선 앞서 발간된 ‘기억의 목소리’ I, II, III 등 사진집 3권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기억의 목소리 III-아름다운 제의'는 한국어, 영어, 일어, 프랑스어 4개 언어로 동시 수록돼 제주 4·3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2일 오후 3시 김만덕기념관에선 늘 '마지막 작업'이라는 마음으로 임했던 '기억의 목소리'를 회고한다는 작가와, 대화의 시간도 마련합니다.
갤러리 누보 송정희 대표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큰바다영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전시와 작가와 대화에 대한 문의는 전시장으로 하면 됩니다.
■ 세계 명작, 제주에서 ‘제주어 옷’을 입다
'2022년 제주문화예술재단 우수기획공연'에 선정된 연극 '제주어로 얘기하는 제주이야기 <맥베스>'입니다.
내일(3일) 시연을 시작으로 모레(4일)와 글피(5일) 제주문예회관소극장 무대에 오릅니다.
연극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과 탐욕에 관한 이야기로, 현재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명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탐욕의 그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제주에서 최초로 제주어로 공연되는, 올 가을 제주 연극계에서 보기 드문 코로나19로 위축된 공연계에 치유와 희망을 전할 무대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탐라도 남원의 영주인 맥베스는 주변 왜구들의 노략질을 진압하여 제주왕의 신임을 받게 됩니다.
난리를 제압하고 개선하는 중에 마녀들의 예언에 빠져 번민하는 맥베스를 그의 부인 레이디 맥베스가 부추기고, 두 사람은 제주왕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도망간 제주왕의 아들과 귀족들의 공격 등 마녀들의 새로운 예언이 잇따르면서 맥베스는 예언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 맥베스는 결국 인생과 권력의 무상함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고 최후를 맞게 됩니다.
제주어 바탕.. "고전의 재해석"
제주에서 고전작품이 공연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최초로 제주어로 공연되는 '고전'이라는 점에서 연극 '멕베스'에 남다른 시선들이 쏠립니다.
공육사 측은 "그동안 제주어 보존에 대한 여러 노력과 방법이 있었지만 세계적인 명작을 통한 구현은 없었다. 이같은 시도는 작품의 성패를 떠나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작업"이라며 "이는 제주어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접해야 할 중요한 요소(과정)라 생각하며, 더구나 연극은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장르라 그 역할과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공연 취지를 전했습니다.
'제주어의 세계 명작화'.. 5인 도민 배우 등 출연
극단 측은 '세계명작의 제주화'와 '제주어의 세계명작화'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극단 공육사는 지난 2019년 창단 이후 제주어로 공연하는 '유리 동물원', 제주에 유배 온 왕, 광해의 이야기인 '멍', 4·3이야기 '순이삼촌' 등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다음은 스텝진입니다. ▲류태호(각색·연출) ▲김민경(기획·홍보) ▲강경호(기술감독·조명·영상) ▲문성호(음향) ▲전미리(분장) ▲홍민기(무대감독) ▲신제균(제주어 감수) ▲조성진 심희정 박설헌 오현수 김시혁(출연)
시연은 내일(3일) 오후 7시. 공연은 두 차례로 모레(4일)과 오는 7일 각각 오후 3시 30분과 7시입니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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