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北 도발… 동·서해상에 미사일·포탄 120여발 퍼부어(종합)
NLL 무력화 시도 이어 9·19합의 재차 위반… 軍 경계태세 격상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북한의 무력도발 수위가 심상치 않다. 북한은 2일 오전 오후에 걸쳐 동·서해상을 향해 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최소 23발 가량 쏘는가 하면, 동해 완충구역을 향해서도 100여발의 포격을 가하는 연쇄 무력도발을 벌였다.
특히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 가운데 1발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역에 떨어졌고, 이에 우리 군도 전투기를 띄워 NLL 이북 해상에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하는 등 그 대응에 나서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6시51분부터 7시40분까지 북한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4발을 포착했다. 이들 SRBM의 비행거리는 20㎞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전 8시51분쯤부터 9시12분까진 북한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3발이 포착됐고, 오전 9시12분부터 오후 1시55분쯤까진 북한 동·서해안 양측에서 각각 해상을 향해 발사된 SRBM 및 지대공 미사일 등 10여발이 추가로 포착했다.
북한의 SRBM 및 지대공 미사일 추가 발사 지점은 동해안의 경우 함경남도 낙원·정평군 및 신포 일대 등 5곳, 그리고 서해안은 평안남도 온천군·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 등 5곳으로 총 10곳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쏜 SRBM 3발 중 1발은 남쪽으로 약 190㎞를 비행해 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탐지됐다. 강원도 속초로부터 동쪽으로 약 57㎞, 울릉도로부턴 서북쪽으로 167㎞ 거리 지점이다.
국제법상 각국의 '영해'가 기선(基線·기준선)으로부터 12해리(약 22㎞)까지의 해역임을 감안할 때 우리 영해 '코앞'에 북한이 쏜 미사일이 떨어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동·서해안 접경지 일대에서 해안포와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이 있지만, 이보다 '위협 수위'가 높은 탄도미사일을 사실상 우리 쪽으로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하루에 SRBM을 최소 7발 이상 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쏜 미사일 1발이 울릉도 쪽으로 날아오는 것으로 우리 군에 포착돼 행정안전부 민방공경보통제소에선 경북 울릉군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정확히 직선거리를 보면 (북한 미사일이) 울릉도를 겨냥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리 영역에서 북한의 도발에 따른 공습경보가 발령된 건 2016년 2월 '광명성 4호' 인공위성 발사 이후 6년여 만이다.
군 당국은 이날 NLL 이남에 떨어진 북한 미사일을 사전에 탐지했으나 지대공 '패트리엇' 미사일 등으로 요격할 수 있는 범위 밖이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오전 10시10분쯤 공군 F-15K·KF-16 전투기를 출격시켰고, 1시간 뒤인 오전 11시10분쯤부터 NLL 이북 동해상을 향해 '슬램-ER'(사거리 278㎞) 2발과 '스파이스2000'(사거리 57㎞) 1발 등 공대지미사일 3발을 쐈다.
우리 군은 이날 동해 NLL 이남 수역에 떨어진 미사일의 발사지점까지 거리를 계산해 같은 거리상의 NLL 이북 동해 공해상을 목표로 미사일 쐈다고 한다. 우리 군이 NLL 이북으로 미사일을 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북한의 무력도발은 계속됐다. 오후 1시27분~55분쯤 북한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로 쏜 포탄 100여발이 포착된 것이다.
'해상 완충구역'은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당시 남북한이 우발적 충돌이나 긴장 고조 상황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해안포문을 폐쇄하고, 해상훈련과 해안포 등 중화기 사격 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곳이다. 따라서 북한군이 이곳을 향해 포격을 가한 건 9·19합의 위반에 해당한다.
그리고 북한은 이날 오후 4시30분~5시10분에도 함경남도 선덕·신포 일대와 평안남도 온천군·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각각 동·서해상을 향해 지대공미사일 등 6발의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해 유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합참은 공동위기관리시스템을 가동해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승겸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의 공조회의를 통해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 등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의 위협·도발에 대한 연합방위태세를 더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북 도발 관련 우리 군의 입장' 발표에서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 가운데 1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에 근접해 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날 도발이 지난달 31일 시작된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관련 대응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달 31일 외무성 대변인, 이달 1일 박정천 조선노동당 비서 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로 '비질런트 스톰'을 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번 '비질런트 스톰'이 방어적 성격의 훈련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뿐만 아니라 일체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며 중단을 요구하며 무력도발을 계속해온 상황이다.
북한은 올 들어 지난 10개월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 발사와 공중무력시위, 포사격 등을 통해 전례 없이 높은 빈도로 도발을 벌였으며, 제7차 핵실험 또한 언제든 실시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어떤 도발에도 우리 국민 안전을 보장한 가운데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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