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소방 압수수색…신고 묵살·부실 대응 강제수사

경찰 특수본, 용산署·구청 등 8곳…112종합상황실 등 관련자료 확보

- 경찰 배치·상황전파 전 과정 살펴- 대책 마련 안한 용산구청도 조사

이태원 압사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이 서울경찰청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5일 만에 대기발령 조처됐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오후 2시부터 서울경찰청 등 8곳에 수사 인력을 보내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서울경찰청을 비롯해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이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강제 수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수본은 8곳 중에서도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용산서 112치안상황실, 용산서 정보과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전 4시간 동안 11건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직무상 책임을 다했는지, 신고 상황을 전달받은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의 조처가 적절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공개된 참사 전 11건의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압사 등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구체적인 신고에도 경찰은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수본은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11건의 신고를 받고도 인파 해산이나 경력 증원 등 조처를 하지 않은 이유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참사 당일 발생한 부실 대응뿐만 아니라 축제 전 핼러윈 관리 계획 등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압수수색 대상에 용산서 정보과 등 정보라인도 포함했는데, 이는 행사 전 준비 과정에서 충분한 경력(경찰인력)이 배치됐는지 등 의사 결정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동대 등 경력의 배치는 정보 파트의 정보 보고와 요청으로 경비부서에서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다. 한 경찰 간부는 “통상 경력 배치는 정보부서의 요청에 의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보 파트의 요청이 있었는지, 보고 내용이 적정했는지 등을 살펴볼 것 같다”며 “다만 정보부서가 심각성을 미리 간파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적극적 요청에도 경비부서가 인원을 배치하지 않은 건지는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또 서울경찰청이 용산서의 기동대 경력 지원 요청 거부했다는 의혹과 용산구가 핼러윈 안전 대책 간담회를 하고도 적절한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의혹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청은 이임재 서울 용산서장을 대기발령 조처하면서 “이 서장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 대기 발령했다. 오늘 중 후임자를 발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