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터닝포인트" 일본 압도한 한화 151km 영건, 쌍둥이 배터리 꿈꾼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우완 투수 김규연(20)의 폭풍 성장이 예사롭지 않다.
김규연은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23 야구 월드컵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경기 모두 구원으로 나서 4⅔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 대표팀 불펜 에이스로 위력을 떨쳤다. 특히 지난달 23일 일본과의 결승전에 6회 구원등판, 3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KKK’ 이닝을 만들었다. 한국은 일본에 0-3으로 지며 준우승에 만족했지만 이날 경기 포함 대회 내내 김규연이 보여준 투구는 무척 인상 깊었다.
최고 151km 강속구는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던지지만 투심처럼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간다. 볼끝 움직임이 좋아 정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삼진을 빼면 내야 땅볼 5개, 외야 뜬공 1개로 땅볼 유도가 좋았다. 우타자한테 슬라이더, 좌타자한테 스플리터를 주로 던지며 헛스윙도 잘 이끌어냈다. 존 근처에서 기가 막히게 떨어지며 정교한 일본 타자들마저 연신 헛스윙하기에 바빴다.
귀국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한화의 대전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김규연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대표한 것이 처음이었다. 책임감도 생기고,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있었다. 대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다. 결과도 좋았지만 그동안 어려웠던 변화구의 제구가 잡혔다. 이동걸 코치님께 거제 스프링캠프 때부터 배운 스플리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구속도 올 시즌 150km를 돌파했다. 공주고 3학년 때 유격수에서 포지션을 바꿔 투수 구력이 오래 되지 않았지만 타고난 강견으로 구속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김규연은 “시즌 막바지에 2군에서 처음으로 150km를 넘겼다. 경기에 나갈 기회를 많이 주셨고,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 포인트를 찾았다. 이제는 이 구속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규연은 지난해 2차 8라운드 전체 72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고교 2학년 때까지 유격수였지만 방망이에는 소질이 없었다. 스스로도 “타율 1할대였다. 방망이가 아예 안 맞았다. 수비형 유격수였다”고 돌아본 김규연은 “오중석 당시 공주고 감독님과 상의해 투수를 하게 됐다. 원래부터 어깨는 좋았다. 길태곤 코치님에게 투수의 기본기를 배우면서 146km까지 던졌다”고 말했다.
야수 출신 투수의 특징인 상체 위주 투구폼에 손목으로 공을 빠르게 채는 동작이 돋보인다. 김규연은 “야수를 할 때 하던 폼이 남아있다. (공을 놓기 전) 손이 꺾이는 것도 특이한데 다들 좋다고 해주신다. 포심 그립을 잡고 던지는 데 공이 자연적으로 휘어 투심처럼 간다. (우타자) 몸쪽으로 던지면 볼이 더 휘어진다. 연습할 때부터 가운데 보고 공 하나 빠지게 던지며 연습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군 퓨처스리그 22경기 3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6.65로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작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 1군에 데뷔했고, 첫 홀드도 올렸다. 1군 12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5.27. 13⅔이닝 11탈삼진으로 구위는 좋았지만 볼넷 12개로 제구가 아쉬웠다. 하지만 퓨처스에서 교정 작업을 거쳐 안정을 찾았다. 올해 퓨처스에선 30경기 3승2패5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4.50.
그 기세를 이어가 U-23 야구 월드컵에서 잠재력을 폭발했다. 김규연은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은 대회였다. 대만에서 던진 그 느낌을 잊지 않고 내년 시즌 잘 준비하겠다. 선발보다 불펜 스타일인데 앞으로 추격조, 필승조, 그리고 마무리까지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며 “쌍둥이 형도 야구를 하는데 어깨가 좋아 포수를 한다. 나중에 형과 한 팀에서 배터리를 이뤄보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김규연의 형 김규민은 우투좌타 포수로 공주고 졸업 후 강릉영동대를 거쳐 현재는 여주대에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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