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한 달 새 정기예금 47조 불어… “예금 전성시대로”

유지혜 2022. 11. 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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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 수신금리 ‘껑충’
9월 이어 10월 증가폭 ‘사상 최대’
정기예금 잔액 800조 돌파 기염
투자심리는 ‘꽁꽁’… 증시 찬바람
코스피 1일 거래대금 35.45%↓

“예금 금리가 5%를 넘어가면서 지금은 투자보다 예금이 최고란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인 임모(32)씨는 최근 여유 자금 4500만원을 전부 ‘파킹통장(수시입출금통장)’에서 한 저축은행 예금으로 옮겼다. 이전까지 임씨가 받았던 금리는 연 2%였지만, 현재 가입한 예금 상품은 5.35%다. 그는 “주식이나 코인을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오는데, 5000만원 이하는 예금자 보호도 되는 데다가 까다로운 조건 없이도 이자를 꽤 받을 수 있어 예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31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예금(수신) 금리가 뛰면서 ‘예금 전성시대’를 맞았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한 달 새 47조원이 넘게 증가했고,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유목민)’도 늘어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08조2276억원으로 9월 말(760조5044억원)보다 47조7231억원 불어났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5대 은행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정기예금은 32조5000억원 늘어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10월 들어 5대 은행에서만 정기예금이 47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증가 폭은 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이처럼 정기예금이 급증한 건 예금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연 0.5%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현재 3.0%까지 올랐고, 이에 따라 은행들도 수신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39조17억원으로, 1달 전보다 3080억원 감소했다. 이는 적금의 월별 납입 한도가 정해져 있는 데다가 금리가 예금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대부분 적금 상품의 이자 인상 효과가 목돈을 예치하는 정기예금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전월 대비 28조9646억원 감소한 641조8091억원으로 집계됐다. 금리가 정기 예·적금보다 낮고,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굳이 대기성 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에 돈을 넣어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투자심리가 줄어든 국내 주식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5864억원으로 1년 전(11조7538억원)에 비하면 35.45% 급감했다. 투자자가 주식 매수 목적 등으로 증권사에 맡겨두는 투자자예탁금도 월평균 기준 지난달 약 48조6190억원으로, 2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50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증권사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삼성증권의 지난 3분기 순수탁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7% 감소했다. 이러다 보니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되기 시작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리 노마드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체 등 절차가 간편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수신 유치에 희비가 갈리고 있다. 케이뱅크의 지난달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4조3000억원으로, 한 달 새 8100억원 늘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32조9801억원으로 9월 말보다 1조5759억원 감소했다.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액 감소는 지난달 중순 이전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시기 카카오뱅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대 연 3.3%였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가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최대 연 4.6%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케이뱅크에 상대적으로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수신 유치를 위해 지난 1일 ‘26주 적금’ ‘저금통’ 등 소액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고 연 7.0%까지 대폭 인상했다. 케이뱅크도 같은 날 적금 금리를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5.0%까지 올리는 등 수신 유치 경쟁에 나섰다.

유지혜·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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