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탐정산업 3~5조 규모···'탐정사' 국민자격증 될 것”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 기자 2022. 11. 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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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서울디지털대 법무경찰학부 탐정전공 교수

해외 영화나 소설, 드라마 등에서 보던 탐정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20년 ‘탐정’이라는 직업과 ‘탐정업’ 명칭 사용이 합법화되면서 탐정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조사, 기업조사, 소송자료조사 등에서 전문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요구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탐정은 '흥신소', '불법', '심부름센터'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는 곳이 있다. 사이버대학 최초로 경찰학과를 개설한 서울디지털대는 최근 ‘탐정전공’을 개설했다. 탐정 시장을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경찰학부 탐정전공 최순호 교수는 “흔히들 ‘흥신소는 불법이고 탐정사무소는 합법이라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명칭만 다를 뿐 업무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탐정사무소 명칭으로 개업 가능해져 과거 흥신소가 간판을 탐정사무소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5월 기준으로 탐정 관련 단체는 총 112곳이고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은 1만3205명”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탐정업 관리법(안)‘이 통과되면 탐정 시장은 약 3조~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최순호 교수를 만나 현재 탐정 산업과 미래 전망에 대해 들었다.

-경찰 총경을 역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탐정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1995년 경위로 임관해 근 30년 동안 경찰직에 복무했다. 일선 현장에서 외사, 정보, 수사, 생활안전 및 교통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다.

경찰의 목적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을 활동을 법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다. 하지만 경찰 등 국가의 공권력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사권 발동에는 일정한 우선순위와 한계 그리고 인력과 예산 등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건·사고 중 성격이나 피해가 비교적 덜 위태하거나 개인적 측면이 강한 것은 공익침해 사건·사고에 밀려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경찰력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직 시절 경찰이 도와줄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많이 보았고 안타까운 체험도 했다.

이를 효율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탐정제도다. 탐정업이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국민의 피해구제와 권리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직업으로 공익적, 사회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실제 사건 해결을 통해 실감하게 됐다. 현직 시절 겪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탐정 산업 발전과 교육을 위에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바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위해 대한탐정사협회에서 기획이사로서 탐정교육 실무와 전문교육과 강의 경험을 쌓았으며, 이어 탐정 학술연구 및 논문 발표와 대학에서의 강의 등을 통해 이론적,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흥신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흥신소와 탐정의 차이점이 있나?

▲결론적으로 흥신소와 탐정사무소는 부르는 명칭만 다를 뿐 업무적으로 차이가 없다. 흔히들 ’흥신소는 불법이고 탐정사무소는 합법’이라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둘 다 불법은 아니다. 만일 업무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모두 일반인과 같이 처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이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음지에서 활동하면서 위법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1977년 이후 신용정보법에 따라 탐정업과 탐정 명칭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탐정 명칭 사용 가능 결정으로 해당 조항이 삭제돼 2020년 8월 5일부터 우리나라에도 ‘탐정사무소’ 명칭의 개업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이제는 과거 흥신소가 간판을 탐정사무소로 바꾸고 있다.

참고로 흥신소라는 명칭은 단어 의미처럼 ‘신뢰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탐정업이 오래전부터 활성화된 일본에서 시작됐다.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 경제적 발전을 이루면서 신용정보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났다.

즉 일반 탐정사무소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더 활성화된 이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에서도 흥신소와 탐정사무소 명칭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탐정 산업의 미래를 듣고 싶다.

▲탐정의 주요 업무는 교통사고나 화재, 보험 사기 등을 조사하는 일부터 기업 부정이나 해외도피자를 찾아내는 일까지 다양하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OECD 회원국이 탐정제도를 도입했으며,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이미 수만 명의 탐정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각종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인터넷 범죄와 금융보험범죄, 신원조사 서비스 수요 등의 증가로 탐정산업이 2024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약 8000여 명 이상이 민간조사업에 실지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참고로 지난 5월 18일 기준으로 경찰청에 등록된 탐정 관련 단체는 총 112곳이며 이 중 31개 단체는 2021년 11월 23일 기준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 34개를 발급하고 있다. 동 기간까지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은 1만3205명이다.

정부는 탐정 즉 민간조사업을 2014년 대한민국 육성추진계획에 포함했고 이후 2020년 8월 탐정업과 탐정 명칭 사용이 법률적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미래산업직업구조 대비 신 직업화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공인탐정법 법제화를 공식 표명했다.

그러나 탐정산업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 국회에 계류 중인 ’탐정업 관리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탐정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약 3조~5조원 상당의 새로운 탐정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탐정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CED 38개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없어 미래의 유망전문직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본격적으로 범죄조사 전문가, 기업조사 전문가, 소송자료조사 전문가 등 다양한 방면의 전문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요구되고 있다. 즉, 이제 곧 탐정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탐정학과를 나오면 어떤 이점이 있나.

▲서울디지털대 탐정전공은 대한민국 최초의 4년제 탐정학사 학위 과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최고의 교수진과 함께 탐정의 꿈을 이루기 위한 최고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의 한정된 수사와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며 우리 국민의 피해구제와 권리 회복을 위해 민·형사적 그리고 행정적으로 이를 해결해주는 조사서비스업의 역할을 다하고자 전문 인재 양성을 최선의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재미있고 흥미로운 탐정 문화 트랙부터 조사 전문가로서의 실무역량 함량을 위해 법률탐정트랙, 기업탐정트랙, 탐정실무트랙 등 체계적인 학습 커리큘럼을 활용하고 있다.

탐정전공을 졸업하게 되면 우리나라 최초의 탐정학사 학위 취득과 동시에 자격기본법에 따른 공식 탐정사 자격증을 받으며, 국내 외 유명 대학원에도 진학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조사실무능력 향상을 위해 드론 탐정사, 도·감청 탐정사, 도로교통사고 감정사 및 산업보안 관리사 자격증취득에도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는 유능한 경찰공무원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법률 및 소양 과목들이 개설돼 있다. 탐정사도 민간조사를 위한 법률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이와 관련된 법률교과목을 상호 연계하고 있다.

-탐정학과에 주로 어떤분들이 입학하나.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현직경찰관들이 많이 입학하고 있다. 그 이유는 퇴직 이후 과거 경찰관으로 일하며 쌓은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생 2막 노후 보장을 위해서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 경비원·학교폭력 예방 요원을 대신해 이를 탐정업에 활용함으로써 치안에 보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경찰학과는 유능한 신임 경찰관 양성을 위한 교육을, 탐정전공은 퇴직을 준비하는 현직경찰관과 이미 퇴임한 경찰관들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직업적 가치있는 전문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탐정전공이 경찰 출신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각계 각층의 모든 분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에서의 경험과 지식 등을 통해 조사서비스업을 할 수가 있어 직장인들 탐정사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부동산공인중개사가 국민의 자격증이라고 하지만, 앞으로는 탐정사가 국민의 자격증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부임한 첫해에 ‘2022학년도 1학기 강의 우수교원’으로 선정됐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떤 과목을 가르치시는지 듣고 싶다.

▲교수로 임용된 첫해 첫 학기에 총 453개 교과목을 대상으로 재학생 6만1857명 중 5만7860명이 참여한 수업만족도 강의 평가에서 제가 맡은 ‘탐정과 문화콘텐츠’ 과목이 영광스럽게도 1위를 하게 됐다.

‘문화콘텐츠’라는 학문이 워낙 전문성이 있고 광범위한 분야라서 이를 탐정과 연계해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맡아 진행하기에 너무 막막했다. 더구나 저희 대학 탐정전공이 대한민국 최초 탐정학사 학위과정이라서 다른 대학에서 진행한 선행 교안이나 관련 교재도 없고 해당 연구 논문도 없어 수업 준비에 정말 많이 힘들었다.

많은 고민 끝에 문화콘텐츠 전공 박사님과 교수님을 개인적으로 찾아가 나름의 자문을 구하고 도움을 받았다. 추리 소설, 영화, 만화(웹툰), 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유형별로 나누고 여기에 탐정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기법 등을 연계해 의미 및 시사점과 미래 방향성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하얀 눈밭을 개척하며 걸어간다는 심정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와 앞으로 탐정 학과목에 대한 더 없는 책임감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모든 직업이 탐정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탐정 영역의 확장성은 무한하기만 하다. 향후 미래의 탐정 학문과 탐정 산업 분야의 발전성은 더욱더 그럴 것이다. 탐정업은 우리에게 양질의 신직업·신산업·신문화로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더 이상 우리나라 국민이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고 권리구제와 권익실현을 도모하고자 탐정 교육을 통한 전문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최순호 교수는?

동국대학교에서 경찰학사와 경찰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총경으로 퇴임한 이후 동국대에서 경찰행정학부 대우교수, 경찰청·서울경찰청 경찰공무원 채용면접시험 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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