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주인 잃은 신발’ 끌어안고 오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장한서 2022. 11. 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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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묻은 치마', '짝없는 신발'.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센터에는 희생자들과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유실물들이 쓸쓸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센터를 돌아보던 중 아들이 신었던 검은색 신발을 발견하고 "아이고 ××야"라며 A씨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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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센터서 희생자 유품 찾아
“이태원 놀러간 아이들 잘못 아냐”
생존자 “희생자 생각하면 괴로워”

‘흙먼지 묻은 치마’, ‘짝없는 신발’.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센터에는 희생자들과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유실물들이 쓸쓸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옷과 신발 등 주인을 잃은 물품은 총 1006점. 무게만 1.5t을 넘는다. 얼룩진 옷, 피 묻은 신발 등 유실물들의 모습에서 당시 인파에 휩쓸려 나뒹굴고, 밟히는 등의 참혹했던 현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수거된 신발 수십 켤레가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유실물 센터에 놓여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이날 오전부터 유실물 센터에는 잃어버린 물건을 수습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장례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으로 희생자들의 물품을 찾기 위해 유족과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아 물건을 찾으러 온 생존자들이었다.
희생자의 유품을 찾은 유가족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날 오후 센터를 찾은 한 부모는 딸과 함께 이번 참사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A씨의 물건을 찾으러 왔다. 어머니는 센터를 돌아보던 중 아들이 신었던 검은색 신발을 발견하고 “아이고… ××야”라며 A씨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지켜보던 아버지도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들의 신발을 한 짝씩 가슴팍에 꽉 안은 채 주저앉아 흐느꼈다. 옆에서 부모님을 위로하던 딸도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A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신발이 자꾸 벗겨져서 내가 끈도 묶어줬는데… 스물다섯 살밖에 안 된 불쌍한 내 아들 어떡하면 좋아. 우리 아들 옷이 보이지 않는다. 입고 나간 걸 내가 분명 기억하는데…”라며 센터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보관소에서 희생자의 유품을 찾은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20대 딸을 잃은 어머니와 친오빠도 센터를 찾았다. 신발과 가방 등 물건을 찾으러 왔지만 모두 찾지는 못했다. 친오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들에게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중년 여성은 “현장에 빨리 갔어야지 뭘 했나”라며 “이태원에 놀러 간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 못된 사람들아!”라고 소리쳤다.

생존자들은 아찔했던 순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다리를 다쳐 절뚝이며 물건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다친 가족을 위해 대신 온 이도 있다. 가방을 찾으러 왔다는 최모(39)씨는 사고 당시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있었다. 비탈길 위쪽에 위치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혼자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갑자기 사람들에 밀리면서 함께 넘어져 3~4명 밑에 깔렸다. 그러면서 다리를 다쳤다”며 “살려달라는 비명이 계속 떠오른다”고 울먹였다. 사고 당시 아랫줄에 있었다던 한 남성은 “발이 공중에 뜰 정도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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