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디지털 전환시대, 일하는 방식
담당자가 기안문을 만들고 상급자인 팀장이 결재한다. 중요한 사항은 팀장보다 상급자인 부장까지 결재가 올라가고, 더욱 중요한 사항은 최고 책임자까지 가기도 한다. 담당자는 깊고 세부적인 업무를 하고 상급자로 올라갈수록 업무 범위와 의사결정 권한은 확대된다.
명확한 업무분장으로 인해 담당자는 좁은 업무 범위 안에서 폐쇄적인 시각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업무를 담당하며 폭넓은 정보와 지식을 취득한 상급자를 두어 이를 보완한다. 이렇게 보다 넓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보다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조직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이다.
이 방식의 핵심은 '분업'과 '권한의 위임'에 있다. 분업을 통해 업무 숙련도를 최대화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더 넓고 많은 정보를 고려하도록 해 의사결정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이 '숙련'과 '정보'라는 두 가지 핵심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 '숙련'의 중요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한 사무자동화 도구들이 확산하면서 많은 업무가 사라져 간다. 계산원, 타자원, 정보검색원, 입력원, 문서수발직 등 과거 사무실에서 흔히 보았던 많은 직종을 이제는 볼 수 없다.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발달로 점점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업무가 현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보'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정보의 접근성 측면에서 혁신을 가져왔다. 많은 조직이 구성원들이 중요하고 풍부한 정보를 더욱 손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수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까지 왔다. 이제는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전문가에 가까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상급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진다는 것은 옛말이 되어 간다. '분업'의 중요성 감소와 '정보'의 접근성 확대가 촉발한 이 변화는 기존의 조직체계를 흔들고 있다.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 전환이란 다름 아닌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적응인 것이다. 자동화 기술의 발전과 정보의 접근성 확대로 인하여 담당자와 관리자가 따로 존재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낮아진다. 담당, 팀장, 부장, 임원, 사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결재선의 장점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관리자는 의사결정이나 지휘·감독보다는 실무자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 임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실무자는 시키는 일을 잘하는 능력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수직적 계층구조는 최소화되며 업무분장의 중요성은 날로 퇴색할 것이다. 대형프로젝트나 중요 업무는 대규모 조직보다는 개인 간 협업을 기반으로 수행될 것이다. 협업자들은 공유와 협의, 그리고 토론을 통해서 최적의 방법과 방향을 찾아갈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담당자의 새로운 역량이다. 다양한 자동화 도구를 능숙히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자율적으로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음은 이것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조직 내의 각종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히 공유되고 각 프로젝트를 개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관리자는 일일이 담당자에게 별도의 보고를 받을 필요 없이 시스템을 통해서 계획, 추진과정, 회의내용 등 프로젝트의 운영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할 때마다 담당자와 비대면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는 내부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 혁신의 핵심은 권한과 책임의 재조정 및 업무 프로세스의 재설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제도와 절차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일하는 방식에 맞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것이다. "김 박사! ○○○○ 사업 어떻게 되고 있지요?", "부장님, 인트라넷에 모두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이런 대화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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