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당할 것 같다" 참사 직전 112 신고 외면한 경찰

류정화 기자 2022. 11. 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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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관련한 소식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참사 당일, 위험을 감지한 시민들의 112 신고가 잇따랐지만, 경찰의 대응은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신고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때만 대응했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쏟아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 특수본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도 나섰는데, 관련 내용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뉴스룸' (지난달 30일) : 한 시가 급한 상황, 지나가던 시민들도 앞다퉈 나섰습니다. 들것을 함께 밀고, 평소 배워둔 심폐소생술을 실행하며 한 사람이라도 살리기 위해 힘을 보탰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경찰과 구조 인력을 대신해 상인들도 나섰습니다.]

[주변 상인 (JTBC '뉴스룸' / 지난달 30일) : 사람들이 통제가 안 되니까 거기 있던 펜스랑 차단봉 같은 거 다른 가게들 것까지 다 빼 와서 통제하고 있었고.]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없었던 경찰과 부족한 구급 인력을 대신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주변통제에 나선 건, 바로 곁에 있던 시민들이었습니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 경찰에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압사'라는 단어가 신고음성에 담긴 건, 무려 참사 3시간 40분 전부터였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 112 첫 신고자 (JTBC '뉴스룸' / 어제) :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그 골목에서 내려오시는 인구가, 또 밑에서 얼마나 많은 인구가 올라오고 있는지를 모르고 서로 그냥 부딪치는데 구호를 외치면서 못 올라오게 했었거든요, 그 당시에도 벌써. 그 시간에도 벌써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고 공포감이 저는 너무 심했어요.]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112에 첫 신고를 한 사람은,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려했던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이태원에 오래 산 인근 상인으로, 주변 지리를 잘 알았던 덕에 다행히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고 당시 112 첫 신고자 (JTBC '뉴스룸' / 어제) : 제가 그 길을 저희 남편, 딸하고 같이 지나오면서 너무 무서워 가지고 이대로 두면 큰일 날 것 같다라는 제가 판단이 들어서 아이하고 남편하고 지나오다가 잃어버렸어요. 같이 이렇게 잡고 올 수 없는 정도이기 때문에 저희 딸이 너무 무섭다고 빨리 집에 가자고 해서…]

이렇게 112 신고센터에 들어온 11건의 녹취록을 경찰이 공개했습니다. 이 11건을 포함해 6시부터 참사가 있었던 10시쯤까지 신고 건수는 79건이라고 하는데요. 참사 시각에 가까워질수록 신고는 더 잦았습니다. "거의 압사당하고 있다. 아수라장이다" ,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다" 같은 신고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요. 신고 장소는 대부분이 참사 장소인 해밀톤 호텔 주변에 몰려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11건 중 경찰이 출동해서 조치를 취한 건 4건에 불과했습니다. 경찰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선 출동'에 해당하는 코드1으로 신고 내용을 분류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지는데요. 정작 참사 1시간여 전부터 집중된 코드1 신고에 경찰의 출동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9시 7분 신고를 포함한 5건의 신고에서 경찰의 마지막 멘트는 "알겠다. 출동하겠다."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목격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어제) : 1시간이 지나고, 1시간 반이 지났어도 지원, 어떤 경찰이나 이런 부분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답답한 부분은 젊은 친구들이 막 어깨에 메고 나오는데 경찰이나 이런 부분들이 통제를 빨리 진행이 돼서 왔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너무 심하게 들었고, 화도 많이 났어요.]

경찰에 신고한 시민들은, 적극적이었습니다. 신고자가 "진짜 심각하다"고 했지만 "아.. 그래요"라는 경찰의 무심한 대답이 돌아오자 "영상 찍어놓은 것도 있는데 보내드리겠다"고 했고요. 경찰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위치 추적에 동의하고, "일방통행을 할 수 있게 통제해달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위치가 어디냐" , "상호명을 불러달라", "이태원 몇 번 출구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이 때가 오후 9시 10분, 경찰이 공개한 8번째 신고의 내용입니다. 이 세 건의 신고 모두, 경찰의 출동은 없었습니다.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서 인정한 이유로 보입니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결국은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을 살리지 못한 사고였음이 이제 드러난 것이죠. 여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야 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지금 정부에서는 어제서야, 이 문건을 발견을 하고서야 사과를 일제히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제는, 이런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에 경찰이, 혹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느냐 하는 점입니다. 통상 112 신고가 서울 경찰청으로 접수되면, 일선 경찰서에서 사건을 처리합니다. 상황이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서울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상위 기관에도 보고가 되겠죠. 그런데, 이태원 참사 당일 이 경찰에 들어온 신고내용은, 행안부 상황실로는 전파가 되지 않은 걸로 안다는 게 오늘(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의 설명입니다.

[박종현/사회재난대응정책관 : 현재까지 알기로는 이태원 그런 상황이 경찰을 통해 우리 행안부 상황실로는 전파가 안 된 것으로는 알고 있는데…아주 경미한 것까지 행안부로 전파가 되는지 아니면 어떤 기준이 있는지, 이것은 확인을 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행안부 상황실이 접수한 최초 신고, 소방당국이 밤 10시 15분에 받은 119 신고를 33분 뒤인 10시 48분에 전파한 거였다고 합니다. 실제 참사 현장에는 경찰보다 소방 당국이 더 먼저 왔다는 게 목격자들의 얘기죠. 경찰 차원의 대응이 왜 없었는지, 문제가 뭐였는지, 조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권은희/국민의힘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현장 경찰관이 나가서 현장에서 개별 112 사건에 대응하는 것으로써, 이 사건 전체를 막을 수 있었던 그런 상황은 아니었고요. 역부족인 상황이었고요. 사전에 경찰청장 그리고 서울경찰청장이 대비하고 그리고 당일날 처음 신고가 들어와서 혼잡이 극심하다라는 그러한 내용이 알려졌을 때라도, 그때라도 대비를 했었어야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경찰의 혼잡상황관리가 중요했던 이유, 이미 사람들이 한 데 뒤엉키고 난 뒤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데요. 혼잡도를 낮추는 것만이 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긴데, 사고 대비가 아니라 '대응'이 되면 이미 늦었다는 겁니다.

[박재성/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지난달 31일) : 요새 방송에 보면은 '가슴을 손으로 막으라'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건 정말 한두 명에 의한 압박을 받았을 때나 좀 유효하지, 내 의지와 상관없는 그런 보행이 이루어지면 미리 자기 보호적인, 자기방어적인 행동으로 빠져나와야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일선 경찰서에서는 상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A씨는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는 매년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때마다 있었고, 파출소 직원 20명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 겁니다. "현장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한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느냐"고 정면 비판했는데요. 기동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이언주/전 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용산경찰서나 파출소 정도의 어떤 인력으로는 부족했을 거예요. 지휘 구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자기가 다, 혼자 다 소화할 수 있는 그게 안 되니까 아마 지휘를 구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때 어느 선에서, 어느 단계에서, 왜 묵살이 됐는지. 묵살된 거 아닙니까, 지금 보면?]

참사 당시 혼잡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기동대는 하나도 배치되지 않았었죠. 그날 경비인력들은 대부분 도심 집회에 배치됐었다는 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설명입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달 30일) :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 또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들이 좀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습니다. 경비 병력의 상당수를 광화문 이쪽으로 배치가 되어있었고요.]

대응이 부족했다는 데 대한 경찰을 비롯한 당국의 해명, 핼러윈 행사를 주최한 '주최측'이 없었다는 거죠. 오늘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박종현/사회재난대응정책관 : 이런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인, 시민들이나 군중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이런 군중인파 이런 것에서 기인하는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있는 압사 관련한 매뉴얼은 이태원 사고와 같은 주최자,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으로 모이는 그런 행사나 축제, 모임 같은 데에는 바로 적용할 수 없는 그런 문제점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행사에 개입해 국민들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설명인데요. 경찰청법 5조에 따르면 극도의 혼잡이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땐, 억류하거나 피난시킬 수 있단 주장이, 전직 경찰들에게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대통령실에서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는 것은 그건 무지의 소치입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알지도 못하고 하는 소리예요. 그래서 차라리 입을 다 다물고 있던지, 그런 매뉴얼이 없느니, 뭘 주최 측이 없느니,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느니, 국민들의 분노만 더 키울 뿐이지 않습니까?]

경찰청 특수수사본부는 오늘 오후 서울 경찰청과 용산경찰서와 구청 등 8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장은 오늘 대기발령됐는데요. 일각에서는 경찰이 경찰을 '셀프 감찰·수사'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형참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축소 때문에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한동훈/법무부 장관 : 지난 검수완박 법률 개정으로 검찰이 대형 참사 관련해서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규정이 빠졌습니다. 시행령에서도 그 부분은 넓혀지지 않았고요.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수는 있게 돼있지만, 이 사안은 여러 가지 원인들이 결합된 참사고 범위가 넓기 때문에 지금 현재 수사 개시 규정으로는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경찰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라는 지적도 있는데.} 대단히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모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추궁의 시간이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지금도 관계 기관장들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관련 소식은 잠시 후 정치 인사이드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압사당할 것 같다" 참사 직전 쏟아진 112 신고 외면한 경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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