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선상 외줄타는 경제] 반도체·디스플레이 재고 감당 못해 가동중단… 실물경제 곡소리
삼성전자 내년 D램생산 줄이기로
완성차업체, 신차 계약취소 걱정
수요 위축 석유화학·철강 악영향
실물 부문에서도 경기 침체의 양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출고 대란을 겪었던 완성차 업체들이 이제는 치솟은 금리 때문에 계약취소를 걱정하고 있다. 신차 값보다 비쌌던 일부 인기 모델의 중고차 가격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수출 주력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급증하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감산을 검토하거나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IT(정보기술)·가전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수요 위축에 따른 가격 방어를 위해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겼고, 철강업계도 수요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급증했던 해상운임도 급락해 HMM 등 주요 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고물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금리 사승, 이에 따른 기업과 서민들의 이자부담 증가로 실물경제가 악화일로를 이어가고 있다. 실물경제 위기 조짐은 거의 전 산업에서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수출 주력 산업 대표 주자들은 재고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1분기 30조6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에 57조30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고, 특히 올 3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급증했다. 수요가 큰 폭으로 줄면서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대량매매계약 기준 고정거래 가격은 전달보다 무려 22%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가 내년 D램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업계는 재고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늘어나는 재고 부담에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3분기 3조6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에는 4조5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재고 관리를 위해 수익성이 낮은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국내 생산 종료 시점을 더 앞당기고, 중국에서의 생산량도 큰 폭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최근까지 공급부족에 따른 출고 지연으로 고객들의 항의에 시달렸던 완성차 업체들은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계약취소가 쏟아질 것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생산만 정상화 되면 판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는데 최근 분위가가 바뀌었다"며 "할부 금리가 대폭 뛰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차보다 더 비쌌던 중고차 가격이 내림세에 접어든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중고차 매매업체인 케이카에 따르면 인기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 일부 모델의 가격이 지난달부터 꺾이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 내림세가 더 가팔라졌다.
케이카 관계자는 최근 1년 여 동안 이 같은 하락 전망이 나온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기초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자 정기보수를 적극 활용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여수공장 가동률을 낮췄으며, 롯데케미칼은 이달 말까지 여수 2공장의 정기보수를 진행한다. 대한유화와 여천NCC는 정기보수를 이유로 아예 3분기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이 밖에 세계철강협회(WSA)는 2일 내년 철강 수요 전망치를 기존 2.2% 증가에서 1.0%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추정치도 작년보다 0.4% 증가에서 2.3% 감소로 수정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지금까지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수치상의 복합위기였다면 이제는 이런 3고가 실물경기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며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상충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없도록 자본시장 경색을 풀어줄 필요가 있으며, 수출 부진은 신규 시장을 개척하거나 내수로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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