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바뀌며 혼란 겪는 시민 생활-청주 시청사 건설의 경우

한겨레 2022. 11. 2. 18: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청사.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왜냐면] 김기호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총괄기획가·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전국 각지에서 새로 선출된 시장, 군수들이 새로운 공약을 발진시키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각 도시가 발전도 하고 또 더 아름답게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시민들은 닥치고 개발해서 몇 사람만 돈 버는 도시보다는 기왕이면 도시가 전체적으로 아름답게 되어 조화롭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를 원한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국민이니 사람들의 이러한 요구나 희망이 그리 과도한 것도 아닐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아름다운 도시냐!”하고 떠드는 것은 이제 별로 호응을 얻기 힘든 선동성 구호에 그칠 확률이 높다. 사람들은 이제 잘 알고 있다. 결국 아름다운 도시가 장기적으로 더 살기 좋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더 이롭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이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해외로 여행을 가서 느끼는 첫 번째가 바로 ‘이 나라는 이렇게 해 놓고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하는 도시 공간환경의 품질에 대한 깨달음일 것이다. 그들이 관광으로 주로 방문하고 보는 것은 대부분 원도심의 역사적 공간환경과 현대적 삶과 건축물들이 어울린 도시경관이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옛 도시와 건물들을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대응하며 세심하게 개보수하고 가꾸어서 점진적 도시성장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건물이나 시가지를 원도심 안이나 근처에 만들되 그 자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변의 기존 시가지나 건물과 그 규모나 형태, 색채 등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시가지와 새로운 시가지나 건물이 합하여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결국 기존 및 신시가지 모두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도시는 부분의 합으로 시간적으로 누적적으로 만들어지며 이를 위해서는 도시 전체를 위한 구조적 얼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결과물의 판단은 결국 부분과 전체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으로 그리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해외여행 가는 여러 사람이 거의 직관적으로 선진국의 좋은 도시경관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느끼고 배워 오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이나 군수가(또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요란하게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가 ‘전임시장이 하던 것을 무조건 취소하거나 허물기’다. 똑같이 4년 뒤에는 ‘내(새 시장)가 기획하고 만들던 것이 무조건 취소되거나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인민 재판하듯 막 뒤집는 것을 많은 시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전임시장이던 후임시장이던 그간 해온 정책과 사업은 시민과의 약속이다.

도시 환경이 시간적으로 누적되면서 만들어지며 조화와 아름다움을 형성해 나간다고 할 때 우리 도시는 4년마다 뒤바뀌는 아수라장 속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중구난방의 도시가 될 확률이 높다.

최근 충북 청주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벌써 수년간 검토를 통해 설계지침을 확정하고 국제현상설계를 통해 많은 작품을 모집하여 유수의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게 선정한 안을 이제 착공을 앞두고 건설을 백지화하고 새로 현상설계를 한다고 한다. 이미 선정된 청주 시청사 설계안은 청주 원도심에 위치한 대지에 세심하게 주변 도시와 건축상황을 고려하여 과도하게 그 높이를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주변과 어울리는 독특한 해결안을 제시하였다. 지난 60여년간 청주시민의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옛 시청건물도 보존하며 개보수하여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도록 계획하였다. 한국과 외국팀이 공동으로 작성한 설계는 우리나라와 청주시의 여건도 고려하면서 국제적인 건축과 도시설계 흐름을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 언급한 대로 선진국에 여행 가서 열심히 보고 배운 국민의 수준 높은 공간환경의 기대에 잘 대응하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백지화하고 역사적 원도심에 초고층 시청사를 짓기 위해 새로 현상설계를 한다는 것은 원도시의 조화로운 경관이나 귀중한 세금의 낭비, 그리고 그동안 시민들과 만들어 온 약속을 위배하는 등 여러 면에서 사회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청주시는 이로 인하여 그동안 현상설계에 참여한 국내외 건축가 및 심사위원 등 국내외 전문계의 신뢰를 상실하여 매우 큰 도시 이미지의 훼손을 입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선거 승리의 흥분에서 벗어나 차분히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과 선정된 설계안에 대한 진중한 검토와 판단을 통하여 원도심과 조화하며 청주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만들 것을 기대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