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 매몰사고 8일째…일부 갱도 뚫려 있어 구조작업 속도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노동자 2명이 고립된 지 8일째를 맞으면서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구조당국이 당초 폐쇄돼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갱도 구간이 뚫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인 시추기(천공기)도 기존 2대에서 9대로 늘었다.
봉화소방서는 2일 오후 3시 기준 폐갱도인 제2 수직갱도에서 구조 작업에 필수적인 광차 운행을 위한 100m의 선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봉화소방서는 선로 앞부분인 45m 구간은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여서 작업이 수월한 편이지만 마지막 20~25m 구간은 암석이 가로막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광차는 파쇄한 암석을 지상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상권 광산업체 부소장은 “암석으로 꽉 막힌 갱도를 뚫어내며 작업할 필요가 없는 만큼 내일 오전까지는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구조 작업을 벌이던 구간 이외에 새로운 진입로도 발견됐다. 폐쇄 갱도로 여겼던 곳이 120m가량 뚫려 있었던 것이다. 구조당국은 해당 갱도 끝에도 20~25m 두께의 암석을 뚫으면 노동자가 고립된 곳으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당국은 이날부터 2곳의 갱도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시현 봉화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은 “새로 발견된 갱도를 합쳐 2곳에서 진입로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암석의 재질과 지형 변화 등을 변수가 많아 작업시간은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조당국이 이날 오후 5시쯤 실시한 음향탐지기를 활용한 노동자 생사여부는 파악에는 실패했다. 음향 신호를 보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구조작업 동안 음향신호를 계속해 보낼 예정이다.
노동자들의 생존을 확인하고 물과 약품을 전달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할 시추기도 기존 2대에서 9대로 늘어났다. 시추작업은 노동자의 생존여부를 확인하고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품을 지급해 주기 위해 땅을 수직으로 뚫는 작업이다. 구조당국은 지난 29일 시추기 2대를 동원해 작업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시추기 9대 중 5대는 전날부터 시추를 시작했다. 나머지 4대도 조만간 작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시추가 가장 많이 된 곳은 지하 130m 지점까지 내려갔다.
이번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채굴 광산의 제1수갱(수직갱도)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물)이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을 스스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제1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A씨(62)와 B씨(56)는 현재까지 고립된 상태다.
업체 측은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한 뒤 14시간이 지난 27일 오전 8시34분쯤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이 업체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당국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신고 지연과 관련해 노동자 2명이 구조되는 즉시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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