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혐오만 커진 이슬람사원 갈등

◀앵커▶
1년 반가량의 법적 공방 끝에 이슬람 사원 공사를 막지 말라는 대법원판결이 지난해 8월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구 대현동 주민들과 건축주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폭행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만 10여 건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손은민 기자 이번에는 일부 주민들이 돼지머리를 집 앞에 뒀다고요?

무슬림을 심각하게 모욕하는 행위인데요.

◀기자▶
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과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바로 옆집입니다.

대문 앞에 의자를 두고 그 위에 삶은 돼지머리를 올려놨습니다.

오늘 가봤더니 주변에는 파리가 들끓고 있었는데요.

돼지머리를 둔 집 바로 맞은 편에는 무슬림 유학생들의 현재 예배 공간으로 쓰고 있는 집이 있습니다.

하루 다섯 번 기도하러 이 집을 찾는데, 그때마다 유학생들은 돼지머리를 마주해야 하는 겁니다.

무슬림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이슬람 사원 주변에 두는 행위는 무슬림을 모욕하는 혐오 표현 중 하나입니다.

오늘 저희 취재진과 만난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 무아즈 라작 씨는 "어떻게 주민들이 이런 수준의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이곳에 살고 있는 무슬림 공동체 전체가 깊은 슬픔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 주민은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 앞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하고,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에 맞춰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괴롭히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반대 주민들도 만나고 왔죠?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돼지머리를 집 앞에 둔 건 고사를 지내는 거라고 했는데요.

한국식 문화로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표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람사원이 주택가로 들어오면 재산권과 생활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게 되는데.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법원에도 찾아가고 몸으로 공사를 막아보기도 했지만, 다 무산되자 이제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겁니다.

◀앵커▶
북구청이 갈등을 중재한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북구청이 반대 주민들과 건축주 간 대화 자리를 여러 번 만들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돼지머리를 두는 등의 주민 행동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는데요.

법적으로 처벌할 규정도 없고 이 행위를 막을 규정도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지자체가 이런 식으로 상황을 방치하는 사이에 무슬림 유학생들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각한 혐오 범죄로 번졌다고 했습니다.

이슬람사원 문제해결대책위원장 서창호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서창호 이슬람사원 문제해결대책위원장▶
"상대방의 문화나 인종 등을 존중하지 않는 가운데서 이렇게 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폭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갈등을 촉발했던 북구청은 전혀 책임지는 자세가 없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무슬림 유학생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에 따라 지역사회가 바뀔 수 있고 이런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슬람 사원 공사를 막지 말라는 지난 8월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경찰에는 업무 방해와 폭행 등 혐의로 무슬림 건축주와 주민 간 고소·고발한 사건이 10여 건 넘게 접수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