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접경지 안보 관광 '올스톱'…"불안해서 못 살겠다"(종합2보)
"또 출입 통제라니" 관광지·주민 망연자실…지역경제 활성화 '찬물'
(고성·춘천·파주=연합뉴스) 이종건 노승혁 양지웅 박영서 기자 = 북한이 2일 오전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강원과 경기북부 지역 안보 관광지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무력도발이 반복될 때마다 안보 관광지 중단은 물론 생업에 타격을 입는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거나 "나라가 큰 슬픔에 빠졌는데 도발을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미사일이 속초에서 동쪽으로 57㎞ 떨어진 공해상에 떨어졌다는 소식에 아찔함을 감추지 못했다.
강원 고성·파주 도라전망대 등 관광지 줄줄이 운영 중단
고성군 통일전망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 운영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에서 철수시켰다.
통일전망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입었는데 북한의 도발로 또다시 출입이 통제돼 답답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고성지역 대표 관광지인 통일전망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ASF 차단을 위해 2020년 2∼8월 171일간 운영이 중단된 데 이어 2020년 12월∼2021년 1월 12일간 운영이 중단돼 입점 상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이날 예상치 못한 통일전망대 출입 통제로 인해 매표소까지 왔던 수학여행단 등 관광객들은 발길을 되돌렸다.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와 제3땅굴, 임진각곤돌라의 운영도 중단됐고 방문객의 출입은 통제됐다.
또 파주시 통일촌 등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이날 오전 9시부터 출입 통제되다가 오후 1시 40분부터는 출입이 허가됐다.
이외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 승리전망대, 평화전망대도 방문객 출입 통제에 들어갔고, 인제군도 DMZ 테마노선 탐방과 양구 두타연 등도 급히 운영을 중단했다.
관광객들은 하릴없이 발걸음을 되돌리거나 지자체에서 마련한 대체 관광 일정을 소화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주민들 "생업·지역경제 영향 우려" 긴장 반 걱정 반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일상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무호(60) 철원 근남면 마현1리 이장은 "여기 전방 지역 주민들은 포 사격 훈련 소리 듣는 게 예사라 오늘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농사일을 이어갔다"며 "군부대 쪽에서 마을 방공호 등 대피 시설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가 큰 슬픔에 빠졌는데 북한이 다시 미사일 도발을 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종복 고성 현내면 명파리 이장은 "주민들 모두 큰 동요 없이 민통선 출입 통제가 해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악화하지 않고 잘 풀렸으면 한다"고 바랐다.
속초시민 김모씨는 "너무 놀랐다. 57㎞면 속초∼강릉보다 짧다. 방향이 조금만 틀어졌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들어 도발이 잇따르자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영래 속초시번영회장은 "이번 도발이 동서고속도로 착공, 속초항 크루즈관광 재개 준비, 동해북부선 건설 등으로 도약하는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까 봐 우려된다"며 "정부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명철 고성군번영회장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가뜩이나 지역경제도 말이 아닌데 정부가 접경지역을 더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임진각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신학씨는 "요즘 단풍철이라 그나마 관광객이 늘어 오늘 빵과 음료 등을 평소보다 많이 준비했다"면서 "오전 군부대에서 갑자기 관광 중단 조처가 내려 장사를 못해 준비한 빵 대부분을 폐기 처분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어선 일부 철수·동해∼울릉 뱃길은 정상 운항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조업하던 어선 71척을 철수시켰으며, NLL 인근 특정 해역 외해에서 조업 중인 어선 10척도 남하 조치했다.
해경은 울릉도에 공습경보 발령 이후 독도와 울릉도 인근에 조업 중인 어선들의 안전을 확인했으나 피해는 없었다.
진맹규 고성군 대진어촌계장은 "한동안 이런 일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반복돼 당황스럽고, 이번 사태가 한동안 지속돼 조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동해와 울릉도를 잇는 여객선은 예정대로 운항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께 묵호항을 출발한 씨스포빌 여객선 씨스타1호는 오전 10시 50분께 울릉도에 도착하는 등 운항 일정 변경이나 취소 없이 정상적인 운항이 이뤄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8시 51분께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포착했으며 이 중 1발은 동해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울릉도가 포함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발사한 것은 분단 이후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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