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묵살 녹취록 공개에… 법조계 “국가배상 가능성 커져”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박미영 2022. 11. 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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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나기 직전 4시간 동안 경찰이 11차례의 112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 책임론이 거세다.

경찰이 수차례 위급성을 알리는 구체적 신고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필요한 조치를 안 했다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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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명피해 우려 땐 조치 의무”
대법원 과거 국가배상책임 인정
법무부, 피해자 법률지원 한다며
“국가배상 상담 신중히” 요청 논란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나기 직전 4시간 동안 경찰이 11차례의 112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 책임론이 거세다. 경찰이 수차례 위급성을 알리는 구체적 신고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필요한 조치를 안 했다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1998년 5월 이른바 ‘김제 쌀시장 개방 반대 농민 시위’ 사건과 관련해 정모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1993년 12월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농민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열쇠를 빼앗은 트랙터를 시위 종료 후 도로에 그대로 방치했는데, 정씨 등이 이를 피하려다가 길을 이탈해 사고를 당하자 소송을 낸 사건이다. 대법원은 트랙터를 도로에 방치한 경찰관의 행위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관이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조치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는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정부 측이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고 선제 대응하기 어렵다”고 해명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 공개된 녹취록 내용만 보더라도 복수의 신고자들이 상당히 구체적인 신고를 여러 건 했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구체적으로 위험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인데도 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온 만큼 국가 배상 책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전날 이태원 압사 참사를 예방하지 못하고 관련 대응도 미흡했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사건을 접수한 공수처는 수사대상 범위에 해당하는지, 범죄 구성 요건 등을 따져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산하 기관인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지원단을 구성해 이태원 압사 참사에서 발생한 피해 관련 소송 절차를 지원하고 사망자의 지원금·보험금 청구 관련 상담을 시작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피해자와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률지원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법률지원단이 국가배상소송에 대해 상담자들에게 “국가 책임과 관련해 신중한 상담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피해자들 지원에 소극적 대응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이에대해 “현재는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승소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단정적으로 상담하기에는 이르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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