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자정 지나 ‘상황보고’ 공문 받아… 보고·지휘 ‘총체적 난국’ [이태원 핼러윈 참사]

권구성 2022. 11. 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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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강도 감찰·강제수사 착수
용산서장, 서울청장에 뒤늦은 보고로
지휘부, 첫 신고후 5시간 지나 파악
일선 경찰→시·도경찰청→경찰청
보고 체계 줄줄이 엉망… 제역할 못해
용산서장 대기발령… 수사대상 오를 듯
일선署 수사에 “꼬리 자르기” 반발도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이후 지휘부에 보고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경찰의 보고·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사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경찰 지휘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번지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일선 현장에서 고생한 이들을 ‘꼬리자르기‘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태원 압사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가 2일 서울 용산경찰서 압수수색을 위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 특수본은 이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수사 인력을 보내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압수했다. 연합뉴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6분쯤 첫 보고를 받고 사태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전체를 책임지는 치안수장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를 1시간20여분 뒤에야 알게 된 것이다. 사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사고와 관련한 영상 등이 공유되고 있었고, 언론을 통해서도 오후 11시38분쯤부터 ‘이태원서 다수 호흡곤란’, ‘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고’ 속보가 쏟아졌다.

김 청장이 보고를 늦게 받으면서 뒤이은 보고체계도 엉망이 됐다. 통상 경찰의 보고체계는 일선 경찰서→시·도경찰청→경찰청으로 이어진다. 경찰청은 자정이 지난 30일 0시2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치안 상황 보고를 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0시2분에 받은 보고는 치안 상황 보고를 공문 형태로 전달받은 시간”이라며 “실제 구두로 보고받은 건 그보다 먼저”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경찰청이 언제 보고를 받았는지는 향후 감찰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더욱이 사고 발생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경찰 112신고로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이 다수 접수됐지만, 지휘부는 이보다 5시간여 지난 뒤에서야 상황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경찰서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의 안전사고 우려를 소홀히 여긴 데 이어 시민들의 ‘압사 우려’가 담긴 112신고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고, 참사 발생 이후에도 보고와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총체적 난국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자체 감찰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이날 곧바로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불법 증축 의혹이 제기된 해밀톤호텔과 현장에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성명불상자들이 특정되면 향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부실 대응의 핵심인 경찰 스스로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당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수사본부를 서울경찰청에 꾸렸으나, 이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 전환했다.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할 서울경찰청이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112 신고 담당 부서는 물론 지휘관에 대한 감찰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을 관할하고 있는 용산경찰서 이임재 서장은 이날 대기발령 조치됐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이 사과한 데 이어, 경찰 차원의 첫 징계성 경질이다. 경찰청은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는데, 참사에 대한 책임과 함께 향후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태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설치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 모습. 뉴시스
경찰 내부에서는 일선 경찰서를 향한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이태원파출소 직원 A씨가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는 매해 지구촌축제, 핼러윈, 크리스마스 때마다 있었다”며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경력을 지원요청했으나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사 당일) 근무 중이던 20명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호소했다.

해당 글에 실명으로 달린 댓글에서는 “용산서 직원분들 고생한 사실을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위쪽만 모른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무능한 지휘관이 경찰을 무능하게 만들고, 한심한 지휘관이 현장요원을 죄인 만든다”며 두둔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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