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박찬호 딸에게 바이올린 선물한 이 남자…3도 화상 이겨낸 현악기 제작 장인

KBS 2022. 11. 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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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11월2일(수) 17:50~18:25 KBS2
■ 출연자 : 구자홍 / 현악기 제작가·비노스트링 대표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1102&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얼핏 여느 바이올린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가격이 무려 226억 원,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바이올린입니다. 악기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재료와 기술, 그리고 함께한 세월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도 현악기 제작의 '명장', 이른바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분이 있습니다. 특히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인의 반열에 오른 분입니다. 비노스트링 구자홍 대표 만나보겠습니다.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네, 반갑습니다. 구자홍입니다.

[앵커]
부럽습니다. 마에스트로, 그 분야 최고를 뜻하는 말인데 이런 명예로운 호칭, 어떤 분야에서 받으신 건가요?

[답변]
현악기 제작 일을 갖고 있고요. 인스트루먼트 닥터라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앵커]
인스트루먼트 닥터, 무슨 주치의를 맡고 계신 거예요?

[답변]
오케스트라에서 최상의 컨디션 소리를 내고 악기의 문제점들을 미리 예방하고 우리나라에 처음 있는 직업군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악기의 제작과 수리까지 거의 논스톱 서비스를 해주시는 분이시군요.

[답변]
네.

[앵커]
장인을 뵈면요, 최고의 악기를 탄생시킨 그 손이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뚝딱뚝딱 뭔가 잘 만들어 내는 손을 타고나신 건가요?

[답변]
타고났다기보단 제가 왼손에 다섯 살 먹어서 화상이 있는데요. 그 화상에 어렵게 유년 시절을 보냈고. 그다음에 한 마디 정도가 짧습니다.

[앵커]
손가락 마디가 짧다.

[답변]
네, 그래서 연주하기에 되게 어려웠었고. 원래 제가 비올라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유년 시절의 어려움을 비올라로 달래기도 했고. 전공을 했는데 전공을 하다 보니 또 여러 가지 생활을 해야 되니까 남들 한 시간 연습할 걸 두세 시간씩 반복해야 돼서 악기를 포기하게 됐습니다.

[앵커]
지금은 연주를 한창 하실 때 모습이신가 봐요?

[답변]
네, 그런 것 같아요.

[앵커]
요즘도 하시고요.

[답변]
지금 교회에서도 하고 그렇습니다.

[앵커]
그러시군요. 그런데 연주자의 길을 걷다가 중간에 포기하신 거잖아요. 어린 시절의 신체적인, 정신적인 상처를 딛고 들어선 길인데 이걸 내가 여기서 멈춰야 되나? 굉장히 상실감도 컸을 거 같은데 그걸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답변]
제가 이탈리아를 한번 우연하게 여행을 갔는데요. 장애를 갖고 있는 선생님을 만나게 돼요.

[앵커]
이탈리아 어디로 가신 거예요?

[답변]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만나죠.

[앵커]
크레모나.

[답변]
현악기의 본고장이죠. 거기서 선생님을 만나게 돼서 그분이 갖고 있는 장애가, 제가 갖고 있는 장애가 너무 부끄럽게 생각이 돼요.

[앵커]
그분은 어떤 장애를 갖고 계신 거예요?

[답변]
그분은 손가락이 없으시죠. 그래서 그분이 악기 제작하는 거에 큰 감동을 받고 저도 악기 제작을 해보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앵커]
그럼 현지에서 그분께 배우신 건가요?

[답변]
현지에서 그분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저는 현악기 국립제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앵커]
그럼 마에스트로라는 호칭도 이탈리아 현악기 학교에서 받으신 거고요?

[답변]
네, 학교에서.

[앵커]
그럼 이제 국내에서 제작을 시작하셨을 텐데 주로 어떤 악기를 만드세요? 현악기 중에서도?

[답변]
제가 현악기 중에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모든 현악기를 만드는데 그중에서 제가 또 잘 최선을 다해서 자신 있는 건 바이올린입니다.

[앵커]
바이올린. 사실 바이올린이 가장 작은 현악기지만 가장 많이 연주하시니까.

[답변]
맞습니다.

[앵커]
만드는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답변]
보통 제작하는데 28 과정으로 악기 제작을 하는데요. 여러 가지로 앞판, 뒤판 그다음에 옆판 이렇게 나눠져 있는데 앞판은 스푸르스라는 전나무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가문비나무라고도 하죠. 뒤판, 머리, 옆판은 단풍나무를 사용하는데요. 추운 지역의 나무일수록 훨씬 더 음색이나 밸런스가 좋습니다.

[앵커]
하나부터 열까지 저렇게 다 손으로 제작을 하시는 거예요?

[답변]
네. 수제 악기니까요. 전부 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수제 악기로 만듭니다.

[앵커]
악기를 연주할 때는 마디가 짧아서 불편하다고 하셨는데 만들 때는 큰 문제는 없으셨나요?

[답변]
만들 때는 그렇게 크게 문제는 없더라고요. 여러 가지로 물론 제가 손재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만큼에 대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앵커]
저렇게 하나씩 다 손으로 만드는 수제 악기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장제 악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답변]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공장제 악기는 말 그대로 기계로 찍어내서 하는 게 공장제 악기고 수제 악기는 전부 손으로 만든 악기가 수제 악기죠. 수제 악기와 공장제 악기의 차이점은 어쨌든 수제 악기, 무엇보다 칠이 제일 중요한 핵심 포인트입니다.

[앵커]
나무에 이렇게 뭔가 붓으로 칠하는 작업.

[답변]
붓으로 칠하고 색깔을 내고 이런 게 공장제 악기는 래커, 우레탄, 신나 이런 몸에 안 좋은 칠을 하는데 수제 악기는 30가지의 천연도료를 이용해서 만듭니다.

[앵커]
그래요? 30가지 도료를 나름대로 배합하는 비율도 있고 레시피가 있을 거 같은데.

[답변]
탑 시크릿이라 선생님들마다 다 다르고 오픈하지 않는.

[앵커]
영업비밀이군요. 며느리한테도 안 알려주실 건가요?

[답변]
맞습니다.

[앵커]
나무를 선택할 때는 가장 중점을 두는 게 어떤 거예요?

[답변]
나무는 일단은 탄력 그다음에 음색 이런 부분이고요. 오래된 나무일수록 훨씬 더 밸런스나 이런 부분이 더 좋기 때문에 그런 나무를 선별해서 찾습니다.

[앵커]
좋은 악기는 세월이 만든다. 그런 이야기도 하시던데요. 왜 시간이 갈수록 좋은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답변]
세월이 지날수록 나무가 잘 건조가 되고 그다음에 음의 밸런스가 잘 맞고 그다음에 음이 둥글둥글하고 그다음에 밸런스에 대한 부분이 좋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되게 선호하는 거 같습니다.

[앵커]
연주자들에게 직접 주문을 받아서 맞춤형으로 제작을 해 주시나요?

[답변]
연주자들에 따라 손 크기도 다르고요. 목 크기도 다르고 체형도 다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제작을 합니다.

[앵커]
우리 장인께서 만드신 현악기는 가격은 어느 정도 예상하면 됩니까?

[답변]
가격은 말해도 되나요? 어느 정도 잘 받고 있습니다.

[앵커]
대략 몇천만 원의 수준인가요?

[답변]
기천만 원 수준입니다, 바이올린 기준으로 봤을 때.

[앵커]
사실 아이들이 접하는 바이올린은 정말 몇만 원부터 오케스트라 악장이 하는 악기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금액까지 가잖아요.

[답변]
그렇죠. 몇백억까지 갈 수 있죠.

[앵커]
우리가 앞서도 봤지만 몇백억씩 하는 그런 악기는 연주자들이 어떤 연주자를 만났느냐 하는 거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어서 그런 건가요?

[답변]
그렇죠. 누가 만들었는지, 어디서 만들었는지 그다음에 어떤 연주자가 연주하느냐에 따라서 악기의 가치가 다 달라집니다.

[앵커]
선생님께서 만든 악기 선물 받으면 와, 이건 대단한 영광이다 싶은데 주변 지인한테 기억에 남는 선물한 적 있으세요?

[답변]
제가 기억에 남은 선물은 박찬호 선수.

[앵커]
야구선수 박찬호 선수.

[답변]
박찬호 선수하고 저하고는 고향 친구고 학교 친구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의 딸 둘한테 제가 악기를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앵커]
그러세요? 이렇게 정말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손길과 혼을 다해서 만든 악기가 그런데 막상 내가 기대했던 소리가 안 나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도자기 만드는 분들은 가끔 깨기도 하시고 하던데.

[답변]
그런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요. 도자기처럼 깨고 그러지는 못할 거 같고요. 다 악기마다 쓰임이 있고 또 좋은 연주자들을 만나면 또 좋은 관객들한테 감동을 주는 그런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앵커]
악기를 만들 때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제가 본 적이 있는데요. 본인만의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 같은 게 있으신가요?

[답변]
저는 작업을 할 때 일단 손을 쓰고 닦고 손을 씻는 버릇이 있고요.

[앵커]
손을 자주 씻는. 일종의 의식 같은 건가요?

[답변]
일종의 의식이죠. 야구선수가 아니면 운동선수들이 루틴하듯이. 그다음에 저는 크리스천이니까 기도하고 시작합니다.

[앵커]
일종의 신의 영역이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악기를 만들 때.

[답변]
그렇죠. 악기가 100으로 본다면 한 90%, 80%는 재료나 누가 만들었냐에 제작가에 따라 다르지만 나머지 20%와 10%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앵커]
지금까지 선생님의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니까 1악장은 연주가의 길이었고 2악장은 악기 제작의 길이었고. 3악장은 우리가 어떤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을까요?

[답변]
3악장은 제가 지금 장애인분들, 특히 하체를 못 쓰는 중증장애인분들하고 같이 악기 제작을 같이 전수하고 같이 악기를 만들고 있어요. 그분들하고 같이 평등한 그리고 그분들의 어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앵커]
현악기 장인이 들려준 한 편의 인생 교향곡 오늘 감상 잘했습니다.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구자홍 대표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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