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물가 10월 정점론`… 美·日·中 `물가 동조화` 부담
물가 상승률 다시 6%대 가능성
고환율·산유국 감산 확대 리스크
악재 터널 길어지는 韓경제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10월 물가 정점론'이 흔들리고 있다. 물가는 지난 7월 외환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이후 안정된 흐름을 보였지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상승률이 소폭 반등하면서 고물가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국과의 '물가 동조화' 현상도 변수다.
◇3개월만에 반등한 물가=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물가는 7월(6.3%) 6%대 상승 폭을 나타낸 뒤 8월(5.7%)과 9월(5.6%)에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달 다시 반등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기·가스·수도 가격 오름세가 확대됐고, 개인서비스도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가공식품 출고가가 인상되는 가운데,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5%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수도료 상승률이 2011년 통계 개편 이래 가장 높은 23.1%였다. 도시가스(36.2%), 지역난방비(34.0%), 전기료(18.6%) 등 공공요금이 모두 급등했다. 전기는 지난달부터 킬로와트시(kWh)당 7.4원 인상돼 평균 전력량을 쓰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2270원가량 부담이 늘었다. 민수용 도시가스 역시 서울시 기준으로 가구당 월평균 약 5400원 부담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전기·가스·수도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도 9월 0.48%포인트에서 지난달 0.77%포인트로 높아졌다.
반면 석유류 오름세는 둔화했다. 석유류(10.7%)와 가공식품(9.5%)을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은 6.3% 올랐다. 이 중 석유류 상승률은 6월(36.9%) 40%선 턱밑에 이른 뒤 7월(35.1%), 8월(19.7%), 9월(16.6%)에 이어 지난달까지 점진적으로 약해지는 모양새다. 휘발유(-2.0%)의 경우 올 들어 처음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일본·중국도 高高= 5%대 물가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변수가 생기면 다시 6%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10월부터 물가가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던 추 부총리의 발언과 배치된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고환율과 산유국 감산 확대 등을 물가 상방 리스크로 꼽았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오르내리며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두바이유는 전 거래일 대비 1.79달러(2.01%) 오른 배럴당 91.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얼마전 발간한 보고서에서 두바이유 가격이 올 하반기 배럴당 99.66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곡물값 하락을 이끈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의 반발로 이달 중 갱신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교류가 많은 주요국들의 물가가 뛰고 있는 점도 국내 물가에는 부담이다. 특히 교역량이 많은 나라일수록 국내로 물가 추세가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7월 9.1%까지 급등한 뒤 지금도 높은(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은 9월 물가가 3.0% 오르며 31년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 물가도 상방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8년 발간한 '국내외 물가 동조화 현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30년간 한국과 중국의 급격한 교역량 증가는 강한 인플레이션 동조화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며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생산요소 가격 결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국내 인플레이션을 선행한다"고 설명했다. KDI 연구에 따르면 중국 물가는 우리나라 물가와 비교해 1~2분기가량 시차를 두고 선행적으로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고공행진하는 미국 물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동절기에는 에너지로 인한 물가 상방 요인이 있다"며 "미국의 물가 상승세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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