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코로나19 접종 후 뇌질환’ 피해보상 판결에 항소 취하하기로

50대 이상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4차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7월18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백신 주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뇌출혈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정부가 보상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질병청이 앞서 1심 패소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를 다음주 중에 취하할 예정이라고 2일 전했다. 질병청은 지난달 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열어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며 관련성 의심질환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는 자문의견을 종합해, 판결 취지대로 원고 A씨에게 진료비와 간병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30대 남성인 A씨는 지난해 4월말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지 하루 만에 열이 나고 이틀 뒤에는 어지럼증과 다리 저림 등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A씨에게 이상 반응이 발생했다고 보건소에 신고했고 추가 검사를 통해 지난해 5월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A씨의 가족은 피해보상으로 진료비 337만원과 간병비 25만원을 신청했지만, 질병청은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리를 거쳐 “시간적 개연성이 부족하다. 예방접종과 뇌출혈은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지난 1월 신청을 기각했다.

A씨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질병청은 판결에 불복해 9월 항소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선 이러한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질병청의 항소 대응 과정에서 A씨의 증상은 뇌출혈이 아닌 백신 관련성이 인정되는 ‘길랭 바레 증후군’(말초·뇌신경 등에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추정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이 뇌출혈 등 뇌질환 자체를 백신 이상 반응으로 인정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강 의원은 “질병청은 쟁점이던 뇌출혈과 별개로 다리 저림 증상을 ‘길랭-바레 증후군 의증으로 추정해 인정했기에 핵심 쟁점을 비껴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향후 (비슷한 이상반응이 나타난) 피해자들의 소송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