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만 하는 디지털자산법안… "블록체인 산업발전 막을라"

신하연 2022. 11. 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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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중요하지만 지나쳐"
진흥원 설립해 산업경쟁력 제고
미국·홍콩은 통제·육성책 '균형'

금융당국에서 마련 중인 디지털자산법안과 관련, 규제와 진흥을 분리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디지털자산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말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법안(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은 규제에만 무게가 쏠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설립자로도 알려져 있는 인호 고려대 교수(컴퓨터학과)는 2일 "금융 관련 디지털자산은 금융위원회 소관으로 두더라도 비금융·비증권 디지털자산의 경우에는 국무총리 산하에 진흥원을 마련해 산업 규제와 진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루나·테라 사태 등으로 인해 투자자 보호 측면의 공백이 부각되면서 규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산업 규제와 별도로 기술 개발과 시범사업 운영, 일자리 창출 등의 역할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시세조종 등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현행 자본시장법 수준의 벌칙을 부과하고, 금융위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해 시장 관리와 감시 역할을 맡긴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투자자 보호를 기반으로 한 시장 신뢰 제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규제에 치우쳐 전반적인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 저해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해당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시사한 만큼 국내에서도 규제에만 집중하게 되면 글로벌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규제와 산업 진흥책이 균형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31일 홍콩 재경·재무부는 '가상자산 발전을 위한 성명'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전략과 규제 입장을 공개했다.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제도를 개발하고 스테이블 코인( 기존의 화폐 또는 실물자산과 연동시켜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암호화폐) 규제 윤곽을 마련하는 한편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토큰화 자산 재산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가상자산 비즈니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태동 단계인 가상자산 시장 육성을 통해 해당 산업에서도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홍콩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제도권 편입 노력을 밝혔다"며 "홍콩의 우호적 태도는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의 가상자산 포용 가능성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9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자산 프레임 워크 '팩트시트'(Fact Sheet)에도 가상자산의 긍정적인 활용 가능성과 육성책이 포함됐다. 팩트시트는 참여자 보호, 접근성 증대, 금융안정성 강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 등 총 7개 주제로 구성된 보고서다. 기존 규제 내용에 더해 금융 접근성, 달러 패권, 친환경 등 핵심 이슈에 대해 디지털자산의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센터장은 "더 많은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되고 투자자의 신뢰를 제고하려면 규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발달 초기 산업인 만큼 기존 전통자산 규제 시각으로 접근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산업 육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각종 규제가 많다 보면 가상자산 특성상 굳이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로도 손쉽게 이탈할 수 있고, 이를 막을 방도도 없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은 중간선거가 있어 내년에 크립토(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에 수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먼저 사업 권역을 정해주고 이후에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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