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지하철도 두려워"…'압사 사고' 트라우마에 밀집지역 공포
"출근길 지하철에 오를 때마다 공포감이 듭니다."
서울 당산역에서 신논현역까지 매일 아침 9호선을 타고 출근을 하는 이모씨(31)는 '이태원 참사' 이후 지하철을 탈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이씨는 "좁은 길목에 빽빽하게 사람들이 서 있던 당시 상황을 보면 출근길 지하철과 비슷해 두려움을 느낀다"며 "아침의 9호선은 전쟁터나 다름없고, 언제든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에서는 이동하다 넘어지지는 않을지 늘 걱정이 든다"고 털어놨다.
혼잡도는 전동차 한 대당 표준 탑승 인원인 160명을 기준(100%)으로 환산한 것으로, 실제 탑승 인원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공사 자료에 따르면 혼잡도 125%는 전동차 한 대에 200명, 150%는 240명, 175%는 280명이 있는 상태로 가장 높은 혼잡도를 보인 9호선 노량진→동작 구간은 약 300명에 이르는 탑승객이 있었던 셈이다.
코로나19(COVID-19) 이전 상황은 더 심각했다. 2013~2019년엔 서울 지하철의 모든 노선의 최대혼잡도가 100%를 넘어섰고, 9호선은 2013~2017년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200% 넘는 구간이 나왔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항상 밀집된 상황을 경험하다 보면 일반화된 상황이라 생각할 수 있다"며 "(이태원 참사라는) 안타까운 계기로 밀집 공간에 대한 문제와 위험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만원 지하철보다 더 위험한 것이 역사 내에서 사람들이 몰려 계단을 내려가거나 환승을 하는 상황"이라며 "밀집도 등이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쇄적으로 넘어지게 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통해 밀집 공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되 밀집 상황에 대해 통제 등과 같은 물리적 해결방법을 찾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지하철 칸마다 적정 인원을 정하고 탑승하게 하는 것이겠지만 편의성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먼저 이뤄진 다음 기준점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우선 관리의 차원에서 해결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지하철 내부보다 (움직임이 있는) 외부에서 압사 사고 등의 발생 위험이 큰 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안전요원을 배치해 통행을 하게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 플랫폼에서 양방향 차량이 모두 도착하는 곳은 각 방향의 운행 시간표를 조정해 겹치지 않게 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각 역사에 대한 혼잡도를 다시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백호 시 도시교통실장은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 그리고 9호선 주요 역사는 늘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분석이 끝나는대로) 승객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공간 확보, 모니터링 CC(폐쇄회로)TV 설치 등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바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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