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상민 경질론’에 “감찰과 수사 진행 지켜볼 것”[이태원 핼러윈 참사]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가장 왼쪽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후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인적 책임을 물을 범위와 시기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고심에 들어갔다. 일단 대통령실은 ‘선 진상확인, 후 엄정조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인사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기류가 감지된다. 진상이 드러나는 대로 국정 총책임자인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과 후속 조치로서의 인적·제도적 개편이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경질론 등을 두고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사 대응 관련자들의 정무적 책임 범위를 묻는 질문에도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감찰과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고 정무적 책임 또한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내부 감찰과 특별수사본부를 통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면서 징계 수위와 경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한 치의 의혹도 없게 하라고 지시했고 경찰도 뼈를 깎는 각오로 진상을 밝히겠다고 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엄정한 조치가 이뤄질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이 장관과 윤 청장 등이 경질 1순위로 꼽힌다. 이 장관은 참사 이후 책임 회피성 발언 논란으로 정부 책임론을 점화했다. 윤 청장은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들어 경찰 투입을 요구한 112 신고 녹취록이 전날 공개되며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여권 내에서도 이들에게 인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대통령실도 달라진 상황을 감안해 인사 경질론에 선을 긋지 않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순리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라며 “다만 정치적 책임과 법률적 책임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울지를 정하려면 진상이 명확히 확인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경찰과 국민 안전 주무부처 수장의 거취는 시간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적 조치 시기는 현재까진 유동적이다. 경찰청 특수본 수사와 감찰 결과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뒤에 윤 대통령이 결단할 거란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의 추가 대국민 담화나 국정 총책임자로서의 공식 사과 등도 이와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경찰청 특수본은 이날 용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청의 용산경찰서장 대기발령도 이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상규명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면 대통령이 따로 입장을 밝히는 기회가 생길 텐데 이는 후속 조치와 함께 이뤄져야 하므로 숙려의 기간은 조금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임자 경질 등 후속 조치의 방향과 수위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성찰과 쇄신을 가늠할 열쇠로 꼽힌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6명이 사망한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과 책임성이 이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 사과와 즉각적 인사 경질을 요구하고 있어 범위와 속도를 두고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