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전방부대도 '핵 버튼' 누를 수도···한미 교전규칙 등 개편 시급

민병권 기자 2022. 11. 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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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월 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의 유고나 연락 두절 시 핵무기 발사 결정 권한을 일선 부대 지휘관에게 자동적으로 위임할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력법 3조 3항을 통해 핵무기 발사 권한을 분산시키면 우리 군은 북핵 억지를 위한 작전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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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北 핵위협]
김정은 유사시엔 핵발사권한 위임
핵무기 쥔 北전방군단 무력도발 땐
韓, 확전 우려에 반격 주저할 수도
참수작전·킬체인도 재검토 불가피
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북한은 9월 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했다. 이튿날 해당 뉴스를 접한 대북 전문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의 유고나 연락 두절 시 핵무기 발사 결정 권한을 일선 부대 지휘관에게 자동적으로 위임할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핵무력법 제3조 3항이다. 해당 조항은 “국가 핵무력에 대한 지휘 통제 체계가 적대 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 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 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결심은 오로지 김 위원장 1인에게 집중돼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시돼왔다. 유사시 김 위원장 등 북한 핵심 수뇌부 등을 제거하는 우리 군의 ‘참수 작전’ ‘킬체인’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 등은 이 같은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력법 3조 3항을 통해 핵무기 발사 권한을 분산시키면 우리 군은 북핵 억지를 위한 작전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북한은 마침 4월 전술핵무기를 전방부대(전선부대)에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북한의 군단급 전방부대(전연군단)는 강원도 금강군의 1군단, 황해북도 평산군의 2군단, 황해남도 해주시의 4군단, 강원도 평강군의 5군단이다. 이들 군단이 핵무기를 쥐게 되면 재래식 방사포로 제2의 연평도 포격 사태와 같은 무력 도발을 감행한 뒤 우리 군이 보복 공격을 할 경우 핵을 쓰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우리 군은 핵전쟁 확전을 우려해 적 지휘부는커녕 도발 원점조차 적시에 타격하는 것을 망설일 우려가 있다.

일선 부대의 한 간부는 “우리 군의 교전 규칙은 기본적으로 유엔사령부 것을 기반으로 하는데 유엔의 교전 규칙은 능동적 대응(적극적 반격)보다는 확전 방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핵 공격 확전 우려가 있다면 현재의 교전 규칙상 일선 지휘관이 자위권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전방의 일선 부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가 교전 규칙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유엔사 및 미국과의 선제적 조율도 준비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지휘 통제 체제 고도화 역시 대비해야 한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이 8월 공개한 ‘북한 핵 지휘 통제’ 보고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1인 체제로 집중된 핵무기 지휘 통제를 자동화, 이양, 위임, 사전 위임, 하이브리드(복합)의 다섯 가지 방식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운데 자동화 방식은 현재처럼 김 위원장이 핵 버튼을 운용하되, 공격을 받아 핵 지휘권을 직접 발동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 대비해 핵운용부대에 자동으로 공격 명령이 전달되도록 ‘사전 프로그램’이나 ‘사전 녹화 명령’을 준비해놓는 것이다. DTRA는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유사시 핵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 혹은 자신과 군의 연락 두절 상황 등에 대비해 조건부로 핵무기 발사 권한을 군에 이양하는 방식 등도 추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가 김 위원장뿐 아니라 김 부부장, 최 총정치국장, 주요 전연군단장 등의 동선, 통신수단 등을 24시간 파악하고 유사시 이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즉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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