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애도기간, 北탄도미사일 "영토침해"…긴박했던 尹대통령

나연준 기자 김일창 기자 박응진 기자 노민호 기자 2022. 11. 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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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조문 후 곧바로 용산서 NSC 주재
군 경계태세 2급 격상…북한 공대지 미사일 맞대응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김일창 박응진 노민호 기자 =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인 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쏘는 도발을 강행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실은 대북 대응에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도발을 '실질적 영토 침해'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동·서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지대공 미사일 등 17발 이상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또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 구역 내로 100여 발의 포병사격도 실시했다.

북한이 이날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3발 중 1발은 동해 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졌다. 강원도 속초로부터 동쪽으로 57㎞, 동해 울릉도로부턴 서북쪽으로 167㎞ 거리 해상이다.

북한은 그동안 동·서해안 접경지 일대에서 해안포와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은 있지만, 이보다 '위협 수위'가 높은 탄도미사일을 사실상 우리 측을 겨냥해 발사한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직후 긴밀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서울시청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한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실로 돌아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윤 대통령이 NSC를 주재한 것은 취임 후 2번째다. 앞서 지난 5월25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NSC를 주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북한의 도발을 그만큼 심각하게 봤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오늘 북한의 도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을 침범해 자행된 미사일에 의한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한미 양국 외교장관도 긴급 유선 협의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동해 NLL을 넘어 한국 영해 인근에 낙탄한 건 유례없는 중대한 군사적 도발 행위"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동·서해상을 향해 SRBM을 포함해 10발 이상 다종의 미사일을 발사한 2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에서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가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 중 1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졌다. 2022.11.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한편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중에 자행된 북한의 도발이라는 점에서 이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및 9·19 합의 위반에 대해 강력 규탄하고, 국가 애도 기간 중 자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반인륜적 도발"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국가애도기간 중 입만 열면 동족, 남녘동포를 말해온 북한이 우리를 향해 미사일을 날려 보내온 것은 장례식장을 테러하는 격으로서, 반인륜적 행위로 규탄받아야 마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군도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했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전군 경계태세를 '3급'에서 '2급'으로 격상해 유지하고 있다. 군은 평상시 3급을 유지하다 북한의 위협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이를 2급으로 격상시킨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 2급 경계태세가 발령되기도 했다.

우리 군은 북한 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공군 F-15K·K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NLL 이북 동해상을 향해 '슬램-ER'(사거리 278㎞) 등 공대지미사일 3발을 쐈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발사지점부터 동해 NLL 이남 낙탄 지점까지와 같은 거리에 위치한 NLL 이북 동해 공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한다.

또한 북한의 포병사격에 대해서 우리 군은 즉각 경고통신을 통해 북한의 '9·19합의 위반'을 지적하며 도발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북한의 도발은 지난달 31일 시작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비질런트 스톰'에는 총 240여 대의 한미 공중전력이 참가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비질런트 스톰'이 방어적 성격의 훈련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일체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전쟁연습'이라 주장하며 중단을 요구해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앞으로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기 위한 여러 명분을 찾고 있다. 이번 경우에는 비질런트 스톰에서 찾지 않았나 싶다"며 "한미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한미 양국 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비하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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