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고도화→대미협상→핵청구서···김정은 '어게인 2018' 노린다
■7차 핵실험 임박···김정은 셈법은
한반도 긴장 고조로 협상몸값 높여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미국과 담판
한미균열 겨냥 '통미봉남' 노골화
주한미군 철수·핵군축 요구 가능성
기만적 핵동결로 다시 시간벌수도
북핵 무관용·先비핵화 원칙 세워야
“이제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할지, 이후에 할지 같은 기술적 분석은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핵실험을 추가로 몇 번이든 강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고 그때마다 협상의 몸값을 높여 ‘핵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라는 점입니다.”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한 장성은 올해 들어 한층 고조되는 북핵 위협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7차 핵실험의 시기·규모·장소와 같은 미시적인 분석에 한미가 집중할수록 핵 실험 쇼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고조시켜 대미·대남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선전 전략에 넘어가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7차든, 8차든 북한의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고 해당 도발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군사적·정치적·외교적·경제적 차원의 실익이 없도록 전면적인 압박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핵 셈법 뭐길래=안보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포기 불가 입장을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미가 제안하는 비핵화 협상의 입구조차도 당분간 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은 핵실험으로 핵무력 수준을 더 고도화해 2017~2018년과 같이 대외 협상력을 한껏 키운 뒤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미국과 담판을 짓고 한미 간 균열을 일으키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2017년 여러 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도발을 한 뒤 그해 9월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어서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였던 2018년 초 평창 올림픽 개최 직전까지 안보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북한이 근래에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성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이고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은 2017~2018년과 닮아 있다. 김정은 정권이 ‘어게인(again) 2018’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이 향후 핵무력을 ‘판돈’으로 내걸고 대미 협상에 나설 경우 그 전개 양상과 협상 목표 수위는 2018년과 달라질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문재인 정부를 북미정상회담의 문을 열기 위한 문고리처럼 이용했다. 반면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를 거치지 않고 철저히 북미 간 직거래로 ‘통미봉남’ 전략을 한층 노골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이 이에 응할 경우 기존 북미정상회담에서 의제가 됐던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요구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핵화 로드맵을 담은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나흘 뒤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로 일축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인간 자체가 싫다”며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때=만약 김정은 정권의 핵 협박이 통해 북미 간 협상 테이블에 실무 차원에서라도 핵군축이 오르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한미 동맹 파열 상황에 이를 우려가 있다.
북한이 ‘7~8차 핵실험 강행→핵보유국에 준하는 핵무력 완성→대미 군축 협상→주한미군 감축·철수 압박→미중러의 한반도 관여 배제→핵 강압을 통한 대남 통제력 확보→북한 주도의 통일’ 수순을 밟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국이 이 같은 압박에 말려들지 않을 경우 북한은 기만적인 유화책을 플랜 B로 실행해 시간 벌기에 나설 수도 있다.
정부의 또 다른 당국자는 “한미 결속이 견고하다고 판단되면 북한은 핵 동결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거나 식량·자원 등의 인도적 지원을 받아 북한 내부경제의 숨통을 틔운 뒤 다시 핵 동결 약속을 깨고 핵개발을 재개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김정은 정권의 북미 간 직거래 시도, 기만적 핵 동결 행위 등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 관여 정책에 대해 네 가지 원칙을 구속력 있는 문서로 합의하고 공개 성명 등의 형태로 천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네 가지 원칙은 북한의 핵 개발-핵 도발 무관용, 한미 동맹 형상 변경 불가, 선(先) 한미 조율-후(後) 대북 협상, 선 비핵화 검증-후 대북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잘 나가던 임블리도 결국…우후죽순 쇼핑몰 폐업 늘었다
- 29년 전 '압사 참사' 홍콩…핼러윈 축제, 한국과 달랐다
- 이태원 찾은 오세훈, 폴리스라인 뚫고 도망?…루머확산, 영상 보니
- [단독]구급차 도로서 한 시간 허비…인근 경찰서는 쳐다만봤다
- 비탈길에 마네킹이 흔들려…'이태원 참사' 분석한 日 방송
- '두 달째 1등 안나와'…1조4000억 인생역전의 주인공은
- '다친 딸 업고 1km 달렸다'…살려줘 문자에 이태원 간 아빠
- '사람이 죽어가요, 제발 도와주세요'…목 쉰 경찰의 절박한 외침
- '이태원 간 게 잘못인가…꼰대들 떠들지 말길' 30대 작가의 일침
- 46일만에 5만명대 확진 …7차 대유행에 들어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