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맞벌이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조사를 보면 MZ세대 기혼남녀 10명 중 6명은 맞벌이라고 한다. 한 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고임금 문제로 거의 사라졌던 가사도우미가 최근 외국인 가사도우미 문제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에 그쳤다. 여기에 급격한 고령화 진행으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올해 71.0%에서 2070년에는 46.1%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10년 내 잠재성장율이 0%대가 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인구 감소도 문제지만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특히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최근 10년간 50%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MZ세대를 비롯해 여성 경제활동을 단절시키는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맞벌이 여성 등 가사와 육아 부담 문제 해결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여성 경제활동 촉진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지난해 기재부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자 발급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활성화되면 여성 가사와 육아 부담을 줄여서 출산율을 높이고 더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출산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남도록 기여할 것이란 취지다.
해결해야 할 난제로 쿼터제가 대표적이다. 우리 고용허가제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비자별로 발급대상 국가, 취업 업종, 허용 인원을 제한하는 쿼터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방문취업(H-2) 동포의 경우 총 인원이 25만명으로 제한되는데, 그나마도 지난 해 실제 국내에 체류한 인원은 12만여명에 그쳤다. 이는 단순 비교지만 지난해 맞벌이 가구만 580만가구임을 고려할 때 턱없이 적은 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요를 충족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현행 고용허가제가 비자별 쿼터제한을 하고 있는 것은 내국인 일자리 잠식을 우려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취업 비자 신설이나 쿼터제 폐지 등을 통해 필요한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계가 부담하는 비용도 문제다. 싱가포르나 홍콩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엔 다르다. 올해 시행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도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올해 법정 최저임금 수준만 해도 최소 월 200만원 이상 비용이 든다. 이는 올해 2분기 월평균 가구소득 483만원의 절반에 가까워 가정에서 선뜻 부담하기엔 큰 비용이다. 제도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감액 적용 등 비용합리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여성 경제활동 활성화 정책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혜택 강화에 초점을 맞춰 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노동시장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규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소홀히 해온 측면이 있다. 이제는 여성이 원할 땐 언제든지 쉽게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환경을 만드는데 정책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MZ세대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육아 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시장친화적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활성화한 싱가포르나 홍콩 등의 정책을 참고해 체계를 잘 갖춰나간다면 내국인 일자리 잠식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dglee@ke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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