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인류무형유산 ‘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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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가 최근 '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을 심사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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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탈’은 얼굴을 가리거나 달리 꾸미기 위해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가면이나 마스크와 비슷하지만, 탈이라고 할 땐 보통 고유의 전승 맥락에서 특정 캐릭터를 구현코자 만들어진 우리 민속품을 지칭한다. 민속적 탈이나 가면은 세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고대 농경사회 때부터 주술이나 종교적 용도, 또는 집단연희 때 써 왔던 것으로 알려지는데, 우리 고대사에도 곳곳에 등장한다.
▦ 금방 떠오르는 것만 해도 9세기 신라 헌강왕 때 처용설화와 관련된 처용탈이 있다. 고려의 사서와 문집에는 ‘처용희(處容戱)’나 ‘처용무’에서 처용탈을 썼다는 기록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신라의 ‘산예’에서는 사자탈을 쓰는 사자무가 공연됐다는 기록도 있다. 백제에서는 그보다 앞선 6세기경 불교적 요소를 바탕으로 탈을 쓰고 연극과 춤, 음악을 즐기는 궁중예악 겸 연희인 ‘백제기악’이 정립됐는데, 그때 쓰인 게 기악탈이다.
▦ 처용탈이든 기악탈이든 고대의 탈들이 무용이나 예악, 제전 같은 공연과 함께 정립됐다는 건 후대의 우리 전통 탈춤 대부분이 서사와 극 요소가 함께 어우러진 연희공연 형식으로 발전하게 된 전승의 바탕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고려 때부터 시작된 안동의 ‘하회별신굿 탈놀이’부터 조선 후기 도시 지역에서 발전한 ‘봉산탈춤’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통 탈춤은 서사극적인 요소와 함께 지배계층에 대한 통렬한 풍자나 해학적인 대사가 음악과 함께 곁들여진 사회적 종합예술이기도 하다.
▦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가 최근 ‘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을 심사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탈춤이 또 하나의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 우리 문화유산 중엔 이미 종묘제례, 판소리,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처용무, 매사냥 등 총 21건이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국가가 복원과 보존, 전승을 지원하고 있다. 차제에 탈춤에도 새로운 전승과 발전의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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