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몰라 더 무서웠어요”…난생 첫 공습경보에 울릉도 주민 우왕좌왕
공습 경보로 대피 방송 나오자 주민들 공포감
이장들 나서서 “빨리 대피하라”며 주민들 재촉
강원지역 안보 관광지 운영도 전면 중단
동해 항공로 일부 잠정 폐쇄
공습 경보로 대피 방송 나오자 주민들 공포감
이장들 나서서 “빨리 대피하라”며 주민들 재촉
강원지역 안보 관광지 운영도 전면 중단
동해 항공로 일부 잠정 폐쇄
“한평생 울릉도에 살면서 이렇게 불안하기는 처음이네요.”
경북 울릉군 서면 남양1리 이정태 이장(63)은 아침부터 울린 공습 경보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장은 “아침에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에엥’하는 경보 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며 “불안한 마음에 일을 멈추고 집에 가서 뉴스를 보니 북한이 울릉도를 향해 미사일을 쏜 걸 알았다”고 말했다. 잠시 뒤 그는 울릉군으로부터 주민 대피 문자를 받자마자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빨리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고 안내를 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우리 마을에 198가구가 있는데 대부분 70대 이상 어르신”이라며 “불편한 몸을 이끌면서 갑작스럽게 대피하라고 하니 모두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울릉도에서 이런 공습 경보를 듣는 건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울릉도에서는 오전 8시55분쯤 군 전역에 공습경보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면서 주민들이 극심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일부가 울릉도 방향으로 향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공습 경보 사이렌 소리는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민방위 관련 기관에서 자동으로 발신돼 나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만 울릴 뿐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울릉군청 역시 자동으로 발신된 ‘사이렌 소리’에 이유를 몰랐던 건 마찬가지였다. 울릉군 관계자는 “사이렌 소리가 자동으로 울리고 6분이 지난 9시 1분께 이게 공습 경보였단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피 안내 문자가 늦어지면서 일부 주민들은 사이렌 소리만 듣고 우왕좌왕했다.
울릉군은 공습경보 발령을 받은 후 18분이 지난 9시 19분께 대피 안내 문자를 발송했고 대피 방송을 했다. 이 때문에 대피 문자를 받기 전까지 군청이나 면사무소 등에는 사이렌 소리를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사이렌이 왜 울렸는지 몰라 불안하던 중에 자녀 전화를 받고 대피하라는 공습 경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습 경보가 발령되자 울릉군 공무원들도 긴급히 지하공간으로 대피했다. 울릉군청 한 직원은 “지하에서 직원 100여 명과 대피해 있다가 5분 정도 지난 뒤 사무실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울릉군 서면사무소 한 직원은 “처음에 사이렌이 울릴 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공습 경보로 울릉을 오가는 여객선도 출항이 정지됐거나 회항했다가 정상 운항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9시 20분에 포항에서 출발해 울릉 도동항으로 가려던 썬라이즈호는 공습경보로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고 20분 늦게 출발했다. 울진 등 다른 지역에서 출발한 배들도 공습경보로 긴급 회항했다가 다시 울릉도에 입항했다. 다행히 울릉도에서는 북한 미사일에 따른 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이날 울릉군에는 오후 2시 2분께 공습 경보가 해제되고 경계 경보로 변경됐다.
이번 사태로 강원지역 안보 관광지 운영도 전면 중단됐다. 고성군 통일전망대는 직원들을 민간인출입통제선에서 철수시켰다.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과 승리전망대, 평화전망대 등도 방문객 출입을 통제했다. 인제군도 DMZ 테마노선 탐방을 중단하고 애초 이날 오전 탐방할 예정이었던 방문객들을 위한 대체 일정을 마련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도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조업하던 어선 71척과 NLL (북방한계선) 인근 특정 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선 10척를 남하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국토교통부는 북한의 동해상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일부 항공로를 폐쇄했다. 해당 항공로는 북한과 일본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이날 오전 10시 58분부터 3일 오전 11시 5분까지 폐쇄된다. 상황변동에 따라 폐쇄시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울릉/우성덕 기자 ·동해/이상헌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김장김치 재료비 맵네 …"차라리 사 먹는게 싸" - 매일경제
- 野 "최종 책임자는 윤석열" 與 "이재명 웃음기 가득" 이전투구 - 매일경제
- 초록마을 만두에서 왜 목장갑이…“제품 판매 무기한 중단” - 매일경제
- 땅속으로 꺼진 양양 편의점...대형 싱크홀 원인 보니 - 매일경제
- 목에 동전만한 혹이?...블랙핑크 지수, 건강이상설 휩싸여
- 성소, 이태원 참사 배려없는 ‘핼러윈’ 코스프레
- [단독] 용산소방서도 현장순찰했지만...참사 보고는 없었다 - 매일경제
- 신고 없이 유료 외부강의 산업부 공무원 15명 적발 - 매일경제
- 박진우 ‘미안 미안’ [MK포토] - MK스포츠
- 신영철 감독 ‘1세트만 잡자’ [MK포토]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