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 행안장관 → 경찰 수뇌부 … 이태원 참사 역순으로 알았다
이임재 용산서장 81분 후에야
서울경찰청장에 참사 알려
윤희근, 새벽 12시14분 인지
당일 이태원 현장 방문도 안해
대통령실엔 110분 후 첫 보고
윤희근 "경찰 대응 미흡"에
일선 경찰 "책임 돌리지 말라"
이태원 대참사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에서 일어난 핼러윈 참사 비극의 배경에는 경찰의 총체적인 기강 해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현장 경찰관들은 시민들의 '압사 경고'를 수차례나 무시했고, 수뇌부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보다도 늦게 상황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이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보다 상황을 먼저 파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장들은 '늑장 대응'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김 청장은 사고가 발생한 뒤 1시간21분이 지나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지역을 담당하는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지난달 29일 밤 11시 34분에 처음으로 김 청장에게 전화 보고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2분 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김 청장이 이 서장을 통해 이태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경찰청은 이튿날 오전 12시 2분이 돼서야 서울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치안 상황 보고를 받았다. 윤 청장 역시 이 시점을 전후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윤 청장은 그날 이태원 현장에 나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대통령실에 보고한 시점은 사고 발생 1시간50분이 지난 30일 오전 12시 5분이었다.
윤 대통령이 사고 경위를 파악하게 된 것은 경찰이 아닌 소방당국으로부터였다. 소방당국은 사고 당일 오후 10시 15분 첫 신고가 접수된 지 38분 만에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통령 국정상황실에 곧바로 보고했다. 대통령은 11시 1분에 사고 사실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사상자 발생 가능성을 보고받고 이날 오후 11시 21분에 "구조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첫 지시를 내렸다. 8분 후 대변인실에 대통령 메시지가 전달되고, 오후 11시 36분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김 청장과 이 서장이 전화 통화를 한 그 시간이었다. 이상민 장관 역시 경찰 수뇌부보다 앞선 오후 11시 21분에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9일 밤 대통령-장관-경찰 수뇌부라는 '역순'으로 상황을 인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경찰 수뇌부가 사태를 늦게 파악하는 동안 시민 수백 명은 현장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에 접수된 신고부터 시민들은 "압사 사고가 나기 직전"이라면서 "소름 끼치는 정도"라고 호소했지만, 일선 경찰들은 현장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하는 우를 범했다. 그 이후에 생긴 신고 약 10건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구조 활동은 오후 10시 15분 119에 첫 신고가 접수되면서 이뤄졌다. 신고도, 구조활동도, 보고체계도 오직 소방당국에 의해서만 작동했다.
경찰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나면서 내홍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일선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윤 청장의 발언을 두고 현직 경찰이 "지휘 책임을 일선에 돌리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태원파출소 직원 A씨는 1일 밤 경찰 내부망에 "용산경찰서 교통직원들은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었고, 몰려드는 인원이 너무 많아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에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했기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사고 당일 이태원에 모인 인원은 10만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경찰 수뇌부로 돌리는 수위 높은 발언도 이어갔다. A씨는 "지난달 15~16일 진행된 이태원 지구촌축제, 이번 핼러윈 등을 앞두고 용산서에서 서울경찰청에 경찰인력 지원 요청을 했지만 윗선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청장을 향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선 경찰이 경찰 수장의 행보를 비판하면서 조직 내부 내홍도 커지고 있다.
치안 총책임자들의 경질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장 초동 대응에 실패한 데 이어 수뇌부들까지 뒤늦게 사태를 인지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청장은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처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영운 기자 / 박제완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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