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언감생심, 김밥도 부담되네"… 외식물가 9% 고공행진
전기·가스·수도 23% 급등탓
근원물가도 13년來 최대상승
전달이어 외식가격 8.9% 올라
목욕탕 등 서비스요금 줄인상
한번 오르면 내려가기 어려워
서민경제 타격·인플레 부담 커
석유류 상승률은 꾸준히 둔화
여전히 불안한 물가
#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거주하는 김지훈 씨(가명·37)는 부모, 가족과 함께 매주 한 차례 자택 인근 고깃집에서 식사한다. 하지만 11월부터는 이런 외식도 당분간 끊기로 했다. 김씨는 "수입 돼지고기를 6인분 먹으면 평균 9만원 정도 비용이 나왔는데 지난 주말에는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제 삼겹살을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자'는 부모님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었나 싶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석 달 만인 지난달 다시 상승폭을 키우면서 서민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물가 상승폭 확대는 국제유가나 식료품·곡물 가격 급등보다 하방 경직성이 높은 서비스물가 상승이 주요인이라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더 크다. 정부는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김장을 포함한 계절 수요 품목의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지만 서비스물가의 지속적 상승세는 속절없이 바라보는 모양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7% 올라 8월(5.7%)과 9월(5.6%) 동안 이어진 둔화세에서 반전했다. 상반기까지 인플레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석유류 제품 물가상승률은 10.7%로 전월보다 낮았다. 석유류 물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올해 6월 39.6%까지 오른 뒤 7월 35.1%, 8월 19.7%, 9월 16.6%로 꾸준히 둔화하는 추세다. 휘발유(-2.0%)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지만, 경유(23.1%)는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농축수산물도 5.2% 올라 전월(6.2%)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배추(72.3%) 무(118.1%) 토마토(29.5%) 양파(25.4%) 같은 채소류 가격이 21.6%로 상승률이 높았지만, 돼지·쇠고기와 다른 농산물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둔해져서다.
문제는 서비스물가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월과 같은 6.4%로 1998년 4월의 6.6% 이후 최고점을 유지했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물가는 8.9% 올랐다. 치킨(10.3%)이나 생선회(9.2%) 물가가 전월과 마찬가지로 높은 상승세를 그렸다. 보험서비스료(14.9%), 공동주택 관리비(5.4%) 등 외식 외 개인서비스도 4.6% 올랐으며 공공서비스 중에는 국제항공료가 20.0% 뛰었다.
한 번 오르면 떨어지기 어려운 개인서비스 물가는 올해 들어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그리는 중이다. 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은 작년 10월 2.7%에서 올해 9월 사이 약 2.4배로 올랐다. 외식물가는 같은 기간 3.2%에서 3배 가까이로 뛰었다. 전체 물가상승률 중 개인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0월 0.87%포인트에서 지난달 1.97%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실제 외식 가격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요 외식 품목별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가격은 평균 3046원(9월 기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10%가 뛰었다. 삼계탕 한 그릇은 1만5462원으로 8%, 비빔밥은 9654원으로 5%가 올랐다.
겨울철 수요가 증가하는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불안 요소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가 23.1% 올라 해당 품목의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도시가스요금이 36.2% 올랐고, 전기료(18.6%)와 지역난방비(34.0%)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내 전기요금은 지난달부터 1kwh당 7.4원 인상됐다.
정부는 국제유가·곡물가 상승세가 정체된 와중에도 근원물가가 뛰는 현상을 특히 염려한다. 물가가 유가 같은 대외 변수가 없어도 추세적으로 오르는 분위기가 한층 뚜렷해져서다. 물가의 기조 흐름을 나타내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물가지수는 지난달 4.8% 올라 전월(4.5%)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2009년 2월 5.2% 이후 1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5% 올라 전월 상승률(6.5%)과 같았고 10월까지 올해 누계 물가상승률은 5.1%로 상승했다.
경제계에서는 물가 급등에 가계 실질구매력이 줄며 소비가 위축될 수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근로자 급여보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날 매일경제가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조사통계를 분석해보니 상용근로자 1인당 정액급여는 평균임금이 386만5000원으로 1년 새 5.0% 오르는 데 그쳐 물가상승률(5.7%)에 따라잡혔다. 그나마 전체 임금에서 초과·특별급여를 뺀 정액급여분(330만5000원)만 놓고 보면 상승률이 4.4%로 더 낮다.
[이종혁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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