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왜 출동하겠다 하고 출동 안 했나

조현호 기자 2022. 11. 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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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책임론 어디까지, 11건 신고 녹취록 6건 '출동할께요' 하고 전화 종결
6시34분 첫 신고 후 4시간 경찰 조치 사항이 조사 핵심
일선 경찰에만 책임 물을 것인가 "지휘라인 전체가 포함될 것"
행안부 "첫 상황보고 10시48분" 대통령실 "소방청 10시53분 첫 보고"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태원 참사 직전 4시간 동안 접수된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참사의 경찰 책임론이 분명해졌다. 특히 경찰이 공개한 참사 당일 11건의 신고 녹취록에는 대부분 담당 경찰관이 신고자에게 현장에 출동하겠다고 말하고도 실제로 출동하지 않은 것이 현재 6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 또는 전화 상담 종결 조치를 했다고 기록돼 있는 대로 실제로 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6시34분 최초 '압사' 신고 전화 이후 경찰이 뭘 했는지가 경찰 내부 감찰과 수사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한승일 경찰청 112상황기획계장은 경찰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 11건 가운데 최초 신고(1번)를 포함해 2번, 5번, 6번 신고에 대해 현장에 출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녹취록을 자세히 보면 이밖에도 모두 6건에는 경찰관이 출동하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은 것으로 나온다.

세 번째 신고 녹취록(20시23분)에서 신고자가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라고 하자 경찰관은 “네, 출동해서 확인볼게요”라고 약속했다. 네 번째 신고 녹취록(20시53분)에서도 신고자가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압사 당하고 있어요 … 아수라장이에요 아수라장”이라고 하자 경찰관은 “예예, 경찰 출동할게요”라고 밝혔다. 일곱번째 녹취록(21시7분)에서 신고자가 “만남의 광장이란 술집 쪽인데. 여기 지금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 있거든요”라고 하자 경찰관은 “네. 알겠습니다. 출동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경찰이 지난 1일 공개한 이태원 참사 당일 112로 접수한 신고 녹취록을 보면 경찰이 출동하겠다고 약속한 대목이 나온다. 사진=경찰 녹취록 강조표시

여덟 번째 녹취록(21시10분)의 신고자도 “만남의 광장인데, 할로윈 축제중인데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라고 신고하자 경찰관은 “아, 네 알겠습니다. 경찰관 출동해드릴게요”라고 약속했다. 열 번째 신고 녹취록(22시)에서도 신고자가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막 밀고 압사당할거 같애, 통제좀 해주세요”라고 하자 경찰관은 “예, 출동해볼게요”라고 답했다. 마지막 녹취록인 열한 번째 신고 녹취록(22시11분)의 신고자도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 아~ 아~(비명)”라고 하자 경찰관은 “예, 예, 경찰 그쪽으로 출동할게요”라고 답했다.

현장 출동한 것으로 파악한 4건 외에 모두 6건의 112신고 전화에서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겠다고 했으나 출동하지 않은 채 전화 상담으로만 종결처리했다.

6시34분 첫 신고자의 신고 이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나오지만 해당 신고자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경찰이 조치사항을 통보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의 현장 대처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왜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을까.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이태원 사고 브리핑에서 “그날 아시다시피 많은 인파가 운집하다 보니까 112 신고가 폭주했다”며 “너무 신고 건수가 많아서 지금 자체적으로 정리·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관리관은 “18시 때에 하나 있었는데 그거는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불편 신고 정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의에 황 관리관은 “21시에 다다르면서 그때는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던 걸로 보여지는데 그것 지금 하나하나 찾아보고 현장 경찰관들하고 사실 작업을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이 지난 1일 공개한 이태원 참사 당일 112로 접수한 신고 녹취록을 보면 경찰이 출동하겠다고 약속한 대목이 나온다. 사진=경찰 녹취록 강조표시

이에 반해 현장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승 한국일보 기자는 2일 이태원 참사 브리핑에서 질의를 통해 “경찰청에서 브리핑한 내용을 보면 오후 9시 정도부터 해서 1시간10여 분 사이에 122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그 건들을 이태원 지구대에서 처리했다고 했고, 현장의 대응 부실·미흡으로 미루기에는 좀 어폐가 있다고 본다”며 “최초 신고로부터 지구대에서 신고가 들어가고 현장에서 분명히 SOS 요청이 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이어 “'여기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는 지원 요청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게 어디까지 전달됐나”고 질의했다.

이에 황창선 치안상황관리관은 “(6시34분) 최초 신고 이후 4시간 동안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는 지금 특별수사본부와 특별감찰팀의 중요한 조사 사항이 되지 않을까”라며 “결과가 나오면 오픈하고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상민 장관이 전날 유감 표명에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그 현장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황 관리관은 “아마 감찰이나 수사 대상의 범위는 현장뿐만 아니라 지휘 라인 전체가 포함될 것”이라며 “그렇게 하는 게 당연히 맞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경찰이 지난 1일 공개한 이태원 참사 당일 112로 접수한 신고 녹취록을 보면 경찰이 출동하겠다고 약속한 대목이 나온다. 사진=경찰 녹취록 강조표시

한편, 대통령실도 경찰 책임론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상민 장관 책임론을 질의하자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참사에 대한 정무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 보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정무적 책임 또한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참사 당일 밤 10시53분 소방청 상황실에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내용을 통보해, 국정상황실장이 밤 11시1분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경찰청이 대통령실에 첫 상황보고를 한 시각은 자정이 지난 30일 0시5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이태원 참사 브리핑에서 참사 직전 4시간 전 최초 112신고 이후에도 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행정안전부 상황실로 접수된 시간은 소방청 119로 첫 참사 신고가 들어온 22시15분으로부터 33분이 지난 22시48분이었다고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이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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