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신고부터 출동까지 빈틈 없었나…사고 재구성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이승연 기자 =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사고 전후 상황을 전반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용산경찰서와 이태원파출소가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를 접수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경위가 최우선 수사대상이다. 그러나 용산구청 등 행정당국과 경찰 지휘부 역시 안전조치와 사후대응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경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산콜 신고까지 꼼꼼히 복원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참사 닷새째인 2일 오후 용산경찰서·용산소방서·용산구청 등 이태원 지역 치안·행정 담당 관공서를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은 서울경찰청 112종합치안상황실과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서울시 다산콜센터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사고 전후 112와 119·다산콜에 접수된 각종 신고내역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참사 당일 지하철 무정차 통과 여부로 도마에 오른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날 확보한 각종 신고 내역을 분석·대조해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상황을 재구성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다산콜센터에 접수된 신고내역을 더해 세 기관에 접수된 위기 징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파악하는 등 당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복원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경찰서와 소속 이태원파출소는 사고 발생 네 시간 전부터 11건의 관련 112 신고를 받고도 4건만 현장에 출동하는 등 부실하게 대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범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이날 행정·소방당국 압수수색이 단순한 비교·참고 자료 확보 차원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와 구청장실을 압수수색했다. 핼러윈 파티에 대비한 용산구의 안전조치와 재난상황 관리 실태는 물론 박희영 구청장이 의사결정에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확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2 신고 11건, 출동은 4건…어디서 잘못됐나
경찰청은 이날 압수수색과 동시에 부실대응의 책임을 물어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했다. 참사 이후 첫 문책성 인사 조치다. 용산경찰서와 이태원파출소의 사고 당일 대응이 적절했는지 가리는 게 특수본의 첫 과제다.
특수본은 112 신고 접수부터 출동, 현장 대처로 이어지는 과정 가운데 어디서 빈틈이 생겼는지 확인하는 데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112 신고는 시·도 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일괄 접수한다. 신고를 받은 112 요원이 사건의 긴급성에 따라 출동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분류해 내부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관할 경찰서 상황실 등에 전달된다. 관할 경찰서 상황실은 가장 가까운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한다.
경찰은 참사 전 접수된 112 신고 11건 중 8건이 최단시간 출동이 필요한 '코드0'과 '코드1' 사안으로 분류됐는데도 불구하고 적절한 현장 조치 없이 종결한 데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출동이 필요하다고 분류돼 하달된 사건은 관할 경찰서 상황실에서 재차 판단하기보다는 우선 현장에 인력을 투입해 상황을 살피는 게 통상적 절차다.
참사 발생 1시간여 전인 오후 9시께 "인파가 너무 많아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라며 접수된 신고가 코드0으로 분류됐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했지만 근처에 모여있던 인파를 통제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후 오후 9시 7분, 9시 10분, 9시 51분, 10시, 10시 11분 접수된 신고 5건은 코드1으로 분류됐지만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아 처리 과정에 의혹이 증폭됐다.
10시 11분에 들어온 신고는 "압사될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자와 통화한 결과 도움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상담으로 종결했다. 참사가 벌어진 건 이 신고 4분 뒤인 오후 10시 15분께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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