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태원 참사 늑장 대응에…與 "수습 먼저" 野 "정부 책임" 정쟁 점화
기사내용 요약
'이태원 참사' 닷새째…추모 정국 요동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여의도가 경찰의 112신고 녹취록 공개를 계기로 다시 정쟁 국면에 들어선 모양새다. 여야는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애도와 수습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잠재적 휴전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 했지만 한덕수 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부적절 발언과 행보에 이어 경찰의 늑장 대응 논란으로 여야가 정부 책임론을 놓고 대치 전선을 형성하는 형국이다.
야권은 2일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본격적인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참사 당일 빗발치던 112신고에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며 대여 공세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한덕수 국무총리의 외신 기자회견 농담성 발언과 추모 리본 논란까지 겨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을 덜어내기 위해 사건을 축소·은폐·조작하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현재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는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할 한 총리가 어제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을 했다"며 "농담할 자리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인사혁신처는 그 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리본에서 글자를 빼라는 지시를 하냐"며 "근조, 애도, 추모라는 삼가 명복을 빈다는 단어를 쓰지 못할 이유가 대체 뭐냐. 이걸 버젓이 공문에다 기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던 이 장관의 발언을 뒤늦은 사과로 덮을 수 없다"며 "이태원 참사 전후 국가와 지자체 대처 꼼꼼히 살펴서 지위고하 막론하고 반드시 법적 행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결코 막을 수 없었던 참사가 아니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참사 직후 대통령과 총리, 장관, 시장, 구청장, 경찰청장, 경찰서장 그 누구 하나 엎드려 사죄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 전체를 겨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태원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우선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사법 처리 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정의당은 책임자 파면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긴급대표단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며 "이들은 대책 마련 주체도 수사 주체도 아니다.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고 수사 받을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 최고 수장으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이 요구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진정한 애도와 재발 방지는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철두철미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민주당과 집권여당 국민의힘도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정부의 초동대응 미흡을 질타하면서도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경질에 대해선 선 수습 후 책임 추궁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자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응을 지적했다. "지금은 추궁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에 초점을 맞춰오던 기류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사고발생 4시간 전 이미 현장에서 압사를 우려하면서 경찰의 현장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있었고 사고 전까지 11차례의 급박한 구조 신호가 있었다"며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금은 애도 기간이고 사건 수습과 유족들 보호, 위로가 급선무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추도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 조사와 상응하는 책임 추궁,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야당의 내각 경질론에는 선을 그었다.
정진석 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정확한 방향"이라며 "책임자 문책은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거기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법사위 파행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며 "정쟁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검수완박'까지 꺼내들며 야당과 공방을 벌였다.
앞서 법사위는 이날 법무부 예산안 심사 등을 안건으로 한 전체회의를 예정했지만 회의 진행 방식을 둔 여야 이견으로 파행했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질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항의하며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법사위원들은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된 상황 속에 이를 정쟁으로 삼으려고 하는 민주당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에는 이번 참사에 대해 직접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부처가 없다"며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대형참사를 직접 수사할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이어 "지금은 국가 애도 기간"이라며 "사고 수습과 국민을 위로하는 일에 여야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l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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