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 꼬이고 있다"… 푸틴 지지자들이 냉정해졌다

권영은 2022. 11. 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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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8개월 만에 깊은 수렁에 빠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SNS에 올린 글에서 "사흘 만에 우크라이나를 함락할 것처럼 하더니 8개월 만에 '러시아군 흑해 함대에 대한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처지가 됐다"고 푸틴 대통령을 비꽜다.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정을 일방적으로 깨뜨린 푸틴 대통령이 복귀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함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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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내 함락한다더니…" 8개월째 수렁
과격 발언 일삼은 전쟁강경파, 꼬리 내려
와그너 수장 "젤렌스키 과소평가 안 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소치=타스

우크라이나 침공 8개월 만에 깊은 수렁에 빠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사흘 안에 우크라이나를 함락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푸틴 대통령을 조롱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전쟁 강경파도 자국 향한 비판 날 세워

1일(현지시간) 미국 뉴스위크에 따르면 안드레이 시도로프 모스크바국립대 교수는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모스크바는 서방의 단결에 놀랐다. 미국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전쟁 목표를 세워야 한다. 미국이 그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입이 거친 친푸틴 논객인 시도로프는 지난 4월 "서방 국가의 진짜 중심을 공격하려면 워싱턴을 겨냥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전쟁을 부추겼지만, 약 7개월 만에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 해방을 위한) 특별 군사 작전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지난 9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가 대원을 모집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베오그라드=AP 연합뉴스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를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돌연 적국 수장을 띄우고 나섰다. 프리고진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하고 자신감 있으며, 실용적이고 좋은 사람"이라며 "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마약중독자, 신나치 등으로 칭해 온 푸틴 대통령과 다른 태도를 취한 것이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쟁 강경파로, 전쟁 자금을 대고 병력을 지원해 왔다. 그가 얼마 전 푸틴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군 수뇌부의 무능을 비판했다는 사실이 지난달 미국 정부를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푸틴 주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국적 포기한 억만장자 "러 사업가들 나를 따르라"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조국을 버리는 러시아 사업가도 늘고 있다. 러시아 온라인 은행 '틴포크'를 창업한 억만장자인 올레그 틴코프는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러시아 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유리 밀너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 최고경영자, 금융 기업 리볼루트의 니콜라이 스토론스키 공동 창업자도 러시아 국적을 버렸다. 서방의 경제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인 스토론스키는 "파시스트 국가(러시아)와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름난 사업가들이 나를 따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주(州) 도시 보우찬스크 길가에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가 멈춰 있다. 보우찬스크=EPA 연합뉴스

푸틴 조롱하는 우크라이나 정부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에서 밀려난 러시아군은 남부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막기 위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맞닿은 육로 거점인 만큼 이곳마저 잃는다면 러시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SNS에 올린 글에서 "사흘 만에 우크라이나를 함락할 것처럼 하더니 8개월 만에 '러시아군 흑해 함대에 대한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처지가 됐다"고 푸틴 대통령을 비꽜다.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정을 일방적으로 깨뜨린 푸틴 대통령이 복귀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함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다. 침략자인 푸틴 대통령이 오히려 침략당한 국가에 안전 보장을 구하는 상황을 비웃은 것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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