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멈추는 건 아니다...문화계 '다른 추모'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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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사월과 생각의여름(박종현)은 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한다.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핼러윈 축제 참사로 정부가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지만 고민 끝에 예정됐던 공연을 하기로 했다.
"공연도 추모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수들의 생각이다.
이 변화는 대형 참사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공연을 중단하라는 분위기는 공연을 유흥으로만 보는 편견이고 획일화된 추모를 강요하는 것이란 반발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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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 '82년생 김지영' 생각의여름 등 예정대로
모든 공연 중단에 대한 반발도... "예술이 유흥인가"
가수 김사월과 생각의여름(박종현)은 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한다.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핼러윈 축제 참사로 정부가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지만 고민 끝에 예정됐던 공연을 하기로 했다. "공연도 추모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수들의 생각이다. 김사월은 "노래를 통해 서로 위로하고 보살필 수 있기를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소중한 일상을 지키며 함께 추모하기'. 문화계에서 이를 모토로 한 추모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변화는 대형 참사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공연을 중단하라는 분위기는 공연을 유흥으로만 보는 편견이고 획일화된 추모를 강요하는 것이란 반발에서 비롯됐다.
생각의여름은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며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들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공연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무대예술인들은 직간접적으로 '조용한 추모'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생계형 소규모 공연장 사업자와 인디 음악인들에겐 생업 포기를 전제로 한 애도다. 작곡가 겸 DJ 래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왜 유독 공연예술가들만 일상을 멈추고 애도를 해야 하나"라며 "그 어떤 보상도, 약속도 없이 생계를 접고 애도를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직종. 공연예술가는 최소한 생계라도 이어가며 애도를 하면 안 될까"라고 글을 올렸다. 코로나 팬데믹 거리두기로 2년여 동안 무대를 빼앗기며 엄청난 고통을 감내했는데 이번엔 '생업 포기를 전제로 한 애도'를 권고받으면서 쌓였던 불만이 터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스톱에서 벗어난 '다른 추모'는 문화계에서 속속 이어지고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 시즌7은 4일 예정대로 방송된다. '가객' 김현식 추모 편이다. 제작진은 "여러 노래로 음악 팬들을 위로해 온 고인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듣는 일은 또 다른 추모"라고 했다. 연극 '82년생 김지영'도 공연을 잇는다. 제작사 스포트라이트 고위 관계자는 "창작진과 배우 모두 이번 참사로 비통한 심정"이라며 "하지만 이 작품이 가진 메시지는 공감과 치유이고 그렇게 일상을 지키며 공연을 잇는 것이 관객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누구나 각자의 애도 방식이 있고, 그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며 "주말 한 공연장에서 공연 전 함께 피해자들을 위해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묵념이었지만 잠시나마 그 자리 모두가 한마음이라는 것만으로 큰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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