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전청약' 도입 1년 만에 존폐 기로

하헌형 2022. 11. 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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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11월 처음 시행된 민간 사전 청약 제도가 1년 만에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로 청약 미달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는 데다 민간 사전 청약 용도의 공공택지 입찰도 건설회사들의 저조한 참여로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사전 청약은 조기 주택 공급 효과를 위해 본청약보다 1~2년 앞서 신청을 받는 제도로, 공공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해오다 작년 11월 민간 아파트로 범위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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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공택지 줄줄이 미매각
건설사에 인센티브 제공에도
주택 수요 줄어 참여 저조
수원 당수·영종국제도시 등
'시세 60%'에도 사전청약 미달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도입한 민간 사전 청약 제도가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사전 청약 용도의 공공택지도 팔리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민간 사전 청약을 받은 경기 오산시 한 택지지구. /한경DB


수도권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11월 처음 시행된 민간 사전 청약 제도가 1년 만에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로 청약 미달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는 데다 민간 사전 청약 용도의 공공택지 입찰도 건설회사들의 저조한 참여로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청약 후 입주까지 5년 이상이 걸리는 사전 청약은 메리트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8월 이후 ‘완판’ 단지 한 곳뿐


사전 청약은 조기 주택 공급 효과를 위해 본청약보다 1~2년 앞서 신청을 받는 제도로, 공공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해오다 작년 11월 민간 아파트로 범위를 확대했다.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11~13일 민간 사전 청약을 접수한 경기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 ‘수원 당수지구 C3블록’은 344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140명에 그쳤다. 6개 주택형 모두 미달됐다. 같은 시기 청약을 진행한 ‘수원 당수지구 D3블록’ 역시 528가구를 분양했는데 신청자가 1, 2순위 통틀어 461명에 불과했다. 당수동 A공인 관계자는 “2024년 착공 예정인 신분당선 호매실역과 가까워 공급 계획 발표 땐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았지만, 집값 하락세로 추정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청약 대기자들의 호응이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수원 당수지구 C3블록 전용면적 84㎡의 추정 분양가는 6억5810만원으로, 호매실역 인근 금곡동 ‘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5억7000만원)보다 8000만원 넘게 비싸다.

지난 8월 분양한 인천 중구 운남동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 A16블록’은 전체 모집 가구(1212가구)의 3분의 2가량인 804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같은 달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하늘도시 A41블록 한신더휴’ 역시 청약 경쟁률 0.46 대 1로 미달을 기록했다.

8월 이후 전국에서 민간 사전 청약을 벌인 12개 아파트 중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운 곳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성남 금토지구 A-3블록 중흥S-클래스’밖에 없다.

주변 시세보다 최대 40% 싼 공공분양 사전 청약 역시 본청약 시기와 입주 예정일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무더기 청약 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9월 본청약을 진행한 인천 서구 ‘인천검단 AA21블록’은 사전 청약 당첨자 811가구 중 320가구(39.5%)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확산하는 사전 청약 무용론

청약 열기가 급속도로 식으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민간 사전 청약 용도로 판매하는 공공택지도 팔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LH 소유 공공택지를 토지 매매 계약으로부터 6개월 내에 사전 청약하는 조건으로 싼 값에 민간에 공급하고 있다.

7월 매각 공고를 낸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A54블록은 1순위 입찰에서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2순위까지 진행했지만 역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충북 괴산군 괴산미니복합타운 A3, A4블록도 같은달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1·2순위 모두 유찰됐다. 한 중견 건설사 주택 담당 임원은 “건설사들로선 청약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마당에 사전 청약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상당수 업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어려워 택지를 매입할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선 사전 청약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매수 심리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패닉 바잉(공황 구매) 수요 흡수’라는 사전 청약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라며 “제도를 그대로 운용할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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