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큰손마저 엔화 손절…한달새 달러로 바꾼 돈 1000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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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엔(약 1경9245조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한 일본인들이 자산을 해외로 옮기는 '캐피털 플라이트(자본 도피)'를 서두르고 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시장이코노미스트는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강한 일본인이 해외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엔화를 팔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엔저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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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예금 가입해도 '이자 0원'
올 3월부터 해외 자본도피 늘어
2000조엔(약 1경9245조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한 일본인들이 자산을 해외로 옮기는 ‘캐피털 플라이트(자본 도피)’를 서두르고 있다. 올 들어 미·일 금리 차가 5%포인트 가까이 벌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30%가량 폭락한 영향이다. 엔화로 자산을 보유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한 반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11, 12월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이어서 일본인의 자본 도피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2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분기에 연율 환산 15조4867억엔의 교역손실을 봤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94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DI)의 차이인 교역손실은 한 나라의 부가 얼마나 유출됐는지를 나타낸다. 일본의 교역손실은 2021년부터 매 분기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부가 빠른 속도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자산가들이 특히 자본 도피를 서두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금융선물거래업협회에 따르면 9월 개인투자자들의 엔·달러 거래 규모는 1098조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배 급증했다. 개인의 엔·달러 거래 규모가 1000조엔을 넘기는 이때가 처음이다.
9월 전체 외화 거래 규모는 1398조엔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9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은 하루평균 60조엔어치의 외환을 사고팔았다.
개인 외환거래는 올 3월부터 급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금융 긴축을 시작한 시점이다. 4월부터 JP모간체이스은행 미즈호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들은 일본 가계 부문의 자본 도피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투자 관점에서 자본 도피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평가다. 엔화에 대한 달러 가치가 30% 가까이 오른 데다 미국과 일본의 2년 만기 국채 금리 차는 5%포인트 이상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한 일본의 예금금리는 사실상 제로(0)다. 엔화로 자산을 보유해서는 이자소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일본 가계자산의 해외 유출이 엔저(低)를 더 부추길 것으로 우려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시장이코노미스트는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강한 일본인이 해외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엔화를 팔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엔저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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