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미실시…외화자금 조달 부담 커지나
"의무 아니지만 관행에 어긋나" 전문가 평가
"시장 신뢰 타격 우려…외화 조달부담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 "사전 인지한 사안…시장 모니터링 할 것"
흥국생명이 기존에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을 예정일에 행사하지 않으면서 국내 회사의 외화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2일 이 사안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흥국생명의 경영실적도 양호한 상황이라면서도 "조기상환권 미(未)행사에 따른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기존에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오는 9일로 예정됐던 콜옵션을 행사를 유예하기로 결정해 전날 공시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2017년 11월 싱가폴 거래소를 통해 연 4.475%의 금리로 발행됐으며, 만기는 30년이지만 콜옵션 행사 예정 시기는 오는 9일이었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이 미행사 된 건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가 30년인데다가 콜옵션 행사가 의무 사항도 아닌 만큼 회사의 디폴트(부도)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관행에 어긋나는 만큼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분석 자료에서 "조기상환 콜옵션이 부여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명목상으로는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으나, 투자자 대부분은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해당 신종자본증권의 실질 만기로 인식하고 있어 관행적으로 발행기업 대부분이 자본시장과의 관계를 고려해 조기상환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행사의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내 신뢰가 저하된다는 점에서 향후 회사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실제로 2009년 금융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시행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의 CDS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 내 평판이 악화됐으며 나아가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 심리가 저하된 바 있다"고 우려했다.
자료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이 지난 2017~2018년 중 해외채 시장을 통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2조 원 이상으로, 이 가운데 1조 원 이상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가 내년에 예정돼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조기상환 미행사 공시로 인해 국내외 자금시장 내 불확실성이 일부 확대됨에 따라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흥국생명은 이번 조기상환을 위해 3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해당 발행 계획을 취소하기로 하고 전날 이 내용을 공시했다. 취소 이유에 대해선 "금융시장 환경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자금시장 경색 상황과 맞물린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위,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한 일정, 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흥국생명은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채권발행 당시의 당사자 간 약정대로 조건을 협의, 조정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따라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 소통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시장상황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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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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